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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30. 2022

어둠의 저편과 애프터 다크

하루키 소설

어둠의 저편과 애프터 다크


어둠의 저편과 애프터 다크는 같은 소설이며 다른 출판사의 다른 번역가의 번역본이다. 같은 소설이지만 제목도 언뜻 다르고, 표지도 다르며, 출판 연도도 다르고 첫 페이지 첫 문장 번역도 다르다.


어둠의 저편은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임홍빈 번역가 겸 문학사상의 회장의 번역본이다. 임홍빈은 하루키 문학을 처음 한국으로 들고 온 장본인으로 지금은 나이가 아주 많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임홍빈은 1930년 생으로 하루키 문학을 처음 번역하여 한국으로 들고 왔을 당시에는 서점에서 일본 작가의 소설책을 판매하는 것이 부적절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의 트로트 테이프처럼 잡지책 가판대에서 하루키 소설을 판매하기 시작한 게 지금의 하루키 문학이 한국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같은 소설인데 번역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느낌이 다를까 싶지만 다르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개츠비는 누구나 번역을 해서 어떤 출판사든지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을 해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대 공룡 출판사들도 위대한 개츠비를 다 번역했다. 문동의 김영하, 민음사의 김동욱, 열림원의 김석희 등, 그 외에 이름도 잘 모르는 무수히 많은, 정말 많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 출간했다.


재미있는 건 김영하 버전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는데, 김영하와 김석희는 의역을 했고 김동욱 버전은 직역을 했다. 김동욱의 버전은 원문에 아주 충실하다. 단지 한국어로 옮겼을 때 이러쿵저러쿵하고, 반면 김영하나 김석희의 의역은 매끄럽다고 한다. 문장의 예를 들어 보자면,


"다들 썩었어." 내 외침이 잔디밭을 건너갔다.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 - 김영하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 김동욱


이렇게 번역하는 번역가에 따라서 읽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감정도 달라진다. 그 외 많은 번역가들이 개츠비를 번역했고 다 각각의 팬들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또 시대가 변해서 지금은 의역의 시대에 가까워졌다. 요컨대 황석희 영화 번역가는 영어로 ‘우리가 여기에 왔다’를 한국어로 번역을 할 때 앞뒤 내용을 보고 ‘이곳에서 만이 우리의 이야기가 통할 것 같았다’ 같은 식으로 번역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역한 것을 다시 영어로 하면 완전히 다른 문장이 되어서 미국 영화사에 많은 이야기를 거쳐 이렇게 하는 것이 한국인들에게는 더 와닿을 것이다, 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 같은 인간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지만 프로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몇 날 며칠이 걸리던 디테일한 부분을 작업을 해서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먼지 같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프로들이 이 사회와 문화를 이끌어간다.


이 소설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다카하시가 법정에서 범죄인들과 죄와는 거리가 먼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것.


또 얼마 전에 죽은 - 그 나라에서는 합법적 자살을 한 영화의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세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두 군데 중 한 군데는 ‘알파빌’이라는 모텔이다. 이 알파빌이 지니는 의미는 섹스는 하되 사랑은 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폭력이 일어나도 누구도 모르는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이 모텔의 이름과 의미는 하루키가 고다르의 50년대 영화 ‘알파빌’에서 가져왔다. 레미라는 형사가 미래도시 알파빌에서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그 미래도시에서는 사랑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면 처형을 당한다. 하지만 섹스는 가능한 도시가 알파빌이다. 영화 마니아들은 한 번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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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뜬금없지만 곤센로즈의 https://youtu.be/Cvwod3GWgqk

영상출처: Guns N'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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