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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19. 2022

무라카미 라디오 10회

1편


하루키가 라디오 방송을 한지 어언 몇 년이 되어가고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방송을 해서 8월 28일까지 41회를 맞이했다. 하루키가 하는 이 방송을 듣고 있으면 정말 전문 음악 디제이가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주 친근한 목소리로 ‘곰방와 무라카미 하루키 데쓰’로 시작하는데 이 멘트가 시그니처다. 근래의 방송을 들으면 톤이 약간 달라졌다. 목소리를 들으면 아 혹시 건강에? 하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무라카미 10회에서는 청취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게 에세이 집 ‘무라카미 라디오’를 듣는 기분이다.


소제목은 ‘겨울 난로의 무라카미 송’이다. 매 회마다 소제목을 짓는다. 우리나라 라디오 방송으로는 코너 이름 같은 것인데 하루키를 좋아하면 이런 소제목도 꽤나 마음에 들 것이다.


“곰방와 무라카미 하루키 데쓰, 이제 올해도 끝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소장하고 있는 레코드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레코드들입니다.라고 해도 저의 경우 신보보다는 낡은 아날로그 레코드 쪽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새로운 음악은 거의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래된 것만 들으면 진보가 없다고 할까요. 그래도 뭐랄까 이제 와서 보면 반드시 앞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네 일단 들어보시죠”라며 첫 노래로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문나이트 모텔'을 튼다.


하루키: 이번에는 청취자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1000개에 가까운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그중에 몇 개를 읽을지 모르지만 가급적 많이 대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청취자: 이마 (30대, 미용사, 여성)

하루키 씨는 해외에서 머리를 잘라본 적이 있으세요? 해외의 미용실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하루키: 음, 해외에서 이발을 하는 건 항상 고생입니다. 예를 들어 런던 세인트존스 우드라는 곳에 살던 때 거기서 [댄스 댄스 댄스]란 소설을 쓰고 있다가 지하철역 근처의 이발소에 갔습니다. 그때 거기 이발사가 나를 보며 “오, 오늘은 당신에게 정말 운이 좋은 날입니다. 저는 일본인의 머리를 잘라주는 것을 무엇보다 자랑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걱정 마세요. 멋진 스타일로 잘라드릴게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 정말인가? 하고 눈썹에 힘을 주고 맡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끔찍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심각한 머리가 되어 버린 겁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침울하고 착잡하고 고독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세인트존스 우드의 이발사에게 갈 때는 조심하세요.


청취자: 쿠라야미사카48 (40대 회사원, 여성)

무라카미 씨가 라디오 방송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딸은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입니다. 딸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으로 무라카미 씨와 좋아하는 작가들이 나온 와세다 대학을 향해서 공부 중입니다. 그곳에서 무라카미 씨에게 도움이 된 것이나 재미있었다는 일이나 모교에 대한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하루키: 저는 와세다 문학부에 7년을 다녔습니다. 당시 와세다 문학부에는 역시 작가 지망생들이 우글우글했습니다. 저는 문학보다 영화와 연극에 관심이 더 있었습니다. 소설보다는 그쪽이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같은 반에 아시하라 스나오 군이 있었는데, 그는 [청춘 덴데케 데케데케]라는 소설로 나오키상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쿠타가와 상도 나오키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굉장한 일이죠.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웃음)


청취자: 오바카 (40대, 유리작가, 여성)

저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남편과 천천히 함께 즐기고 싶은데 남편은 음식을 즐기는 것을 하지 못하고 음식을 먹고 ‘맛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왜 그럴까요?


하루키: 제가 라디오 네임을 드린 분이네요. 츄-밧카보다 좀 큰 [오오 밧카] 씨군요. 저도 실은 음식을 빠르게 먹는 편입니다. 성급하다고 할까, 순식간에 식사가 끝납니다.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식사만 네 시간 가까이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 8시경에 먹기 시작해서 식사가 끝난 게 자정 전이었어요. 식사 막바지에 저는 테이블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서빙 직원이 와서 저를 깨워 “시뇨르 식후 술은 어떻게?”라고 물어봐서 괴로웠습니다. 네 시간은 아무리 그래도 참 길죠.


청취자: 나오 키치 (30대, 남성)

저는 지방 신문사에서 기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방 신문사에는 지방의 소식을 전하는데 지역의 사건들을 많이 기사화합니다. 요컨대 [##초등학교 아이들의 벼 베기 체험] [&&지구의 향토사를 히가시 씨가 자비로 출판] 등 비교적 사소한 이야기를 매일 전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씨는 지방의 어떤 일들에 관해서 관심이 있습니까?


하루키: 제가 좋아하는 지방의 신문 기사는 대체로 이상한 일을 당한 보통 사람의 체험담 같은 기사입니다. 예를 들어 [들판의 우물에 빠져 사흘 동안 우물 밑바닥에서 지냈다]라든가, [농사를 짓다가 벼락을 맞았지만 무사히 살아서 덕분에 신경통이 나았다] 같은 그런 사람의 자세한 체험담을 시간을 들여 읽고 싶습니다. 그런 지방의 소소한 소식은 좀체 종합 일간지에는 실리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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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fm.co.jp/murakamiradio/index_20191215.html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문나이트 모텔 https://youtu.be/paFUBjeTc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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