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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

1장 당일



6.

 달리다가 사망한 사람들은 그 데드 포인트 근처에서 멈추어야 했지만 그대로 넘어간 사람들이다. 그들을 어떤 힘 좋은 신적인 존재가 그 포인트 너머까지 끌어당기는 것이다, 마약처럼. 잠도 없이 계속 몸을 움직여도 전혀 피곤을 모르는 철인이 된 것 마냥 그대로 데드 포인트를 넘어가버리고 만다. 아, 하는 순간 보이는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그들 모두 심장이 터질 듯하고 숨이 차오르는 행위를 즐긴다. 그건 죽음의 입구까지 갔다가 오는 느낌을 맛보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전이라는 이름하에 그렇게 하고 있다.


 마동은 그것과는 좀 다르지만 비슷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마동에게, 왜 그런 느낌을 좋아하냐고 물어봐도, 그것은 말이죠, 하며 확실하게 대답하기는 곤란하다. 타인은 마동과 달리 확실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마동은 그렇지 못했다.


 또 마동 입장에서 혼자서 달리기 좋은 이유는 스코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로서의 달리기는 치열하고 수치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혼자서 하는 조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운동이 조깅이다. 경쟁을 굳이 해야 한다면 자기 자신을 이기고 그 선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동은 오늘도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다.


 오늘처럼 낮 동안 비가 많이 내린 날은 그나마 밤에는 시원한 편이어야 하지만 오늘 밤은 많이 무덥고 습한 날이며 치누크 때문에 몹시 기이한 기분이었다. 언젠가부터 마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조깅이 좋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거나 상대가 있는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좋아하지만 마동은 시큰둥했다. 상방 교류가 있는 운동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람들은 상대방과의 교감도 되고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호하지만 마동은 그렇지 않았다. 공을 찬다거나 던진다거나 콕을 친다거나 하는 운동은 아무래도 상대방을 신경 써야 한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라고 하겠지만 상대방과 같이 하는 운동이라면 나만 생각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마동에게는 그런 운동은 맞지 않았다. 상대방이 아프다거나 다른 일 때문에 같이 못하게 되는 경우가 두려울 수도 있지만 늘 같이 운동하던 상대방이 없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서 혼자인 운동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 마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땀을 쏟아내며 달리는 것이 마동에게 딱 맞는 운동이며 마동이 좋아하는 운동이다.


 이 시간이 하루 중에서 가장 상쾌한 시간이었다. 마동이 매일매일 조깅을 하여 체중이 불지 않는 몸매를 유지하니 사무실에서 같이 조깅을 하기를 원했던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조깅을 같이 한다는 것만큼 난처한 일은 없다. 특히 조깅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과 말이다. 달리는 행위를 같이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책을 읽는 것과도 비슷하다. 독서는 어쨌든 혼자서 하는 것이다. 부인과 한 침대에 들어도 결국에 잠은 혼자서 드는 것처럼.


 조깅도 그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마라톤을 준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페이스메이커가 곁에서 페이스 조절을 해주겠지만 조깅 정도는 마라톤과는 다른 것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듯 분명 달리는 속도나 자신의 신체가 감당하기에 어울리는 코스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아직 파헤쳐지지 않는 미지의 덩어리다.


 조깅이 건강학 적으로 인체에 좋다고는 하나 조깅이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다.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범죄자들의 통계를 통해서 그들의 심리를 파악할 뿐이지 그들의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비슷한 범죄에 대해서 확실한 소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동은 달리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거나 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열거해 놓기를 좋아한다. 후자의 경우 하나씩 줄을 세워 늘어놓는다. 그러면 그것대로 하나의 기호가 되어서 노래와 함께 정리되어 있다가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 하나씩 꺼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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