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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7

1장 당일



7.

 주위에서 매일매일 하릴없이 보일 정도로 마동이 달리는 행위의 결과가 오직 몸매를 유지하는 것만을 보고 달린다면 결과를 얻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마동은 사람들에게 좀 더 본질적으로 달리는 것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그렇게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달리는 행위를 진정 좋아하고 즐기지 않으면 그것은 또 다른 모양새의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도 모르고 회사의 직원이 같이 달리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다. 같이 달리게 되면 옆 사람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달리면서 바람을 느끼는 것도, 머릿속의 생각을 나열하는 것도, 음악을 듣고 기호화시키는 것도 전혀 할 수 없다. 같이 달리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서 달리다 보면 마동이 유지하고 있던 자신의 패턴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달리는 의미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이 마동으로서는 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동체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마동이 하는 작업이 어떤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텐데.


 일전에 회사에서 같이 달리고자 하는 직원의 부탁을 끝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서 같이 달렸다가 낭패를 보았다. 아마도 그는 마동이 일을 마치고 달리기 때문이 지장이 없을 거라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며칠을 그 직원의 속도에 맞추어서 달리다 보니 마동은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음악도, 상상도 전혀 할 수 없게 되어버려 며칠이 지난 다음부터 직원을 놔두고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직원은 옆에서 뒤로 처졌지만 뒤쳐진 대로 그 사람 나름의 패턴으로 조깅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조깅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아 가면 된다. 하지만 그 직원은 달리는 것을 탁구나 배드민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같이 달려주지 않았다고 그다음 날부터 마동에게 버림받았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그 소리는 회사의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좋은 소식은 퍼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나쁜 소문은 파도처럼 한순간에 사람들을 휘몰아 덮친다. 그리고 생명이 달린 눈덩이처럼 점점 부풀어 간다. 아이러니가 있다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소란이 싫어서 조깅을 할 때 그냥 말없이 혼자 달리는 것이다. 그 직원은 마동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만을 간직한 채 서먹해졌지만 마동은 그런 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해도 같은 사무실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분야도 달랐고 입사해서 잠시 인사 정도 하는 사이인데 급격하게 살이 쪄 버리는 자신의 몸매 때문에 마동에게 부탁을 해 온 것이다.


 요즘도 간간이 같이 달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동의 입장에서는 참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달리기가 좋은 이유 중 또 하나는 몸매가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에 촌스러운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를 입고서 일을 하고 있다. 정장 바지라고 해서 다 촌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마동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사무실 직원들은 마동에게 정장이 꽤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다. 정장이 타인보다 잘 어울리는 이유는 조깅 때문이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퇴근 후 조깅을 할 때에는 낯 동안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지인이 옆으로 쓱 지나친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평소의 마동의 모습을 없애고 진짜 마동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른으로 진입하면서 자신의 꿈을 잃어버려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창업을 하거나, 세계 일주를 한다거나, 어떤 것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변이를 꾀하는 것이다. 마동은 매일 저녁이면 변이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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