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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8

1장 당일



8.

 마동에게는 정장이 딱 두 벌이 있다. 여름에는 당연하지만 정장의 윗도리는 입지 않고 와이셔츠만 입고 출근을 한다. 사무실의 남자 직원들은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고르고 골라 그중에서 질 좋은 정장을 구입한 듯한 정장을 입고 있다. 대체로 그런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입사한 신입직원들은 맞춤형 정장을 입고 세련미를 뽐내며 일을 한다. 하지만 신입직원이 근래에 좀체 입사하지 못하고 있고, 입사를 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사정이 좀 복잡하지만 자신의 알아서 나가는 경우도 있고 계약서 위반도 있다)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인지 대부분 회사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들이었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이트 컬러는 그런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정장을 입는 모습에 따라서 재능이라는 것이 나타날 리는 없지만 남자 직원들이 입고 있는 정장의 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어딘가 맞지 않아서 울이 진다거나 몸에서 분리되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모든 정장이 리처드 기어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마트의 정장 코너나 백화점 세일 기간 중에 구입한 인상이 강하게 풍겼다.


 마동은 애당초 몸에 맞는 슈트를 맞췄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어차피 정장을 입을 바엔 몸에 맞는 정장을 구비해두자, 하는 주의여서 두 벌을 그렇게 입사하면서 구입했다. 그 출혈이 심해서 입사 당시에는 고생을 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생활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정장과 자동차는 새것보다 질이 제대로 든 중고품이 훨씬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정장이라는 옷은 마동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정장 바지는 성견이 다 되어 데리고 와서 키우는 덩치 큰 개의 모습처럼 여겨졌다. 친하게 지내면서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 개처럼 말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어깨의 잔 근육의 움직임도, 하체 근육의 꿈틀거림도 옷에 가려 전혀 볼 수가 없다. 자연이 준 육체는 옷이라는 인공적인 천으로 만들어진 물품 속에 숨겨놓고 있어서 자신의 진정한 육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겨울 동안 육체는 두꺼운 옷 속에서 점점 불어나다가 봄이 되면 자신의 육체에 놀라서 정신을 차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매나 불어난 몸에 관대 해지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순을 거친다. 마동은 그동안 매일매일 꾸준하게 조깅과 중간 근력운동을 한 덕분에 아직 군살이 붙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봐도 배가 나오지 않는 사람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 정도뿐이다. 대부분 열량이 높은 음식, 고칼로리 음식, 과한 나트륨과 음주로 살이 많이 붙는다. 단체와 조직의 구조는 그렇게 사람들을 몰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소비자들에게 자본을 이용해서 소비를 촉진한다. 그것이 사회가 제시하는 균형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생활하게 되어 있다. 그 구조라는 것은 움직임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뻔 한 기본규칙을 어겨버리라고 촉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구조에 익숙해져 간다. 기본이 잘 지켜지는 것이 조화와 균형이 맞아가는 것이지만 틀어진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방향을 달리했다.


 마동이 일하는 회사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사람들은 자기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하지만 포기를 하거나 귀찮아했다. 수많은 의식의 ‘방해’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리추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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