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당일
9.
몇 년 동안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조깅을 하는 모습을 봐온 사무실 직원들은 얼마 전부터 마동에게 조깅코스라든가 조깅에 적합한 운동화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마동은 타이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조깅을 하는데 적합한 운동복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것이 인생이라 마동은 여기도 있다. 어느 곳이든, 무엇을 하든 그에 합당한 복장이 있다. 그런 트레이닝복은 가볍고 땀을 배출해내며 낮에 달린다면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역할도 해주는, 기능적으로 탁월한 복장이다. 가슴 근육이 드러나는 민소매의 상의와 허벅지에 착 달라붙는 칠 부 팬츠를 입고 나이키 조깅 슈즈를 신는다. 조깅 슈즈는 달리는 용도로만 나온 운동화여야만 한다. 발목의 비틀림을 잡아주고 땅바닥을 잘 디딜 수 있게 만들어지고 발을 착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조깅화가 좋다.
마동은 달릴 때 허리에 작은 냅색을 차고 그 안에 보조키와 약간의 현금을 넣고 달렸다. 휴대전화는 밴드에 넣어 팔뚝에 착용하고 음악을 들었다. 달리기 전에는 준비운동을 반드시 했다. 십오 분 이상,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근육에 긴장을 가해서 근육이 놀랄 정도로 준비운동을 했다. 매일 달린다 하여 준비운동을 게을리하거나 하지 않고 달리다가는 한 시간이 넘어가면 자칫 무릎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준비운동이라는 것이 십오 분 이상 해주지 않고 오 분 정도 한다든가, 아니면 하는 시늉만 했다가는 육체는 금세 알아채고 신호를 보낸다. 이런, 주인님께서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조깅을 시작하셨군요! 어째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신 거죠? 거참. 라며 신체의 하중을 무릎에서 크게 받아 이내 뇌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준비운동은 가급적 얼굴의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쭉쭉 뻗어주고 풀어줘야만 한다. 근육에 텐션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가를 하듯이 다리에 힘을 주어 풀어주고 무릎도 천천히 돌려가며 잘 풀어준다. 양팔과 팔목, 발목도 잘 풀어준다. 이렇게 준비운동을 십오 분 이상 단단히 하면 가슴에 텐션이 가해지며 달릴 때 더욱 가슴 근육과 가슴골이 두드러진다. 그렇게 해서 달리면 근육이 드러나는 잘 빠진 얼룩말이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의 육상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준비운동을 잘하고 달리게 되면, 하지 않고 달렸을 때보다 단거리를 달리는 육상선수와 비슷한 근육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마동은 달리면서 팔을 흔들면 삼두 근위의 어깨 근육이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모습으로 강변의 조깅코스를 달리면 실제로 여자들보다 남자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 여자들은 티브이 속 남자 배우나 연예인들의 잘 빠지고 근육질의 몸에 관심이 있지만 야외의 조깅코스의 가슴 근육이 발달한 남자에게는 관심 어린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대부분 이제 운동으로는 근육을 만들 수 없는, 몸만들기를 포기해버린 나이가 찬 남자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게 된다. 달리고 있노라면 남자들의 시선을 꾸준하게 받는다. 맞은편에서 오는 중년의 남자는 박수를 치고 할아버지에 가까운 나이가 든 남자는 소리를 질렀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심도 있게 준비운동을 끝낸 다음 마음껏 매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에 가까이 가게 했다. 낮 동안 몸을 덮고 있던 촌스러움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기분을 마동은 느끼는 것이다. 타인은 이러한 마동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 기분을 이해해달라고 남에게 말하거나 내색하지는 않는 스타일의 마동이었다. 그동안 그래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단지 타인이 마동 자신의 유일하게 즐기는 달리기를 방해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