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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0

1장 당일



10.

 달리기 외, 운동이 마동과 맞지 않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마동은 조깅을 하면서 냅색에 무엇인가 넣어서 달리며 휴대전화를 늘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일 때문에라도 언제나 마동은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에 스마트폰은 있어야 했다. 냅색에는 열쇠 꾸러미가 있는데 집 열쇠와 사무실, 그리고 서랍 열쇠가 같이 붙어있었다. 일의 특수성 때문에 사무실의 열쇠를 잊어버린다면 고작 그 일 때문에 회사의 오너가 나서야 하기 때문에 마동에게는 중요한 물품이었다. 회사 사무실의 모든 것이 오토시스템이지만 서랍과 사무실의 열쇠는 아직 아날로그를 지향하고 있었다. 열쇠는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 아주 거추장스러운 물품이다. 그럼에도 열쇠는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하고 열쇠는 그만큼 마동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개개인에게 지갑이 중요한 것과 흡사했다. 하지만 지갑과 마동의 열쇠는 달랐다. 지갑 속의 내용물은 개인적으로는 중요할지 모르나 일일이 따지고 보면 없어져도 다시 만들거나 발급받으면 그만인 물품이지만 열쇠는 특수성 때문에 잊어버리게 되면 회사의 작동이 멈추게 된다.


 스마트폰 역시 마동에게는 소중한 물품이 되었다. 휴대전화는 요즘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마치 사랑한 지 일주일 된 애인처럼 대한다. 잠에서 깨어나 잠들기까지 사람들은 휴대전화 없이는 생활이 불편해졌다. 의미는 다르지만 마동에게 스마트폰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깅을 하다가 회사의 직업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휴대전화에 스케치를 하거나 메모를 해왔다. 메모는 마동이 하는 일에 관해서 여러 부분에 도움을 주었다. 메모가 없었다면 머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무형의 것들을 그대로 놓쳤을 것이다. 붕 떠오른 아이디어를 잡아서 스마트폰 안의 스케치 애플리케이션에 잘 스케치를 해뒀다. 일에 관해서, 작업적인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많은 양의 메모를 기입해 놨다. 생각이 번쩍 나면 언제나 기입을 했고 조깅을 하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부분이 있으면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기입을 하고 메모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아이디어 회의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에 요긴하게 사용을 했다. 그래서 마동이 손을 뻗는 반경 내에 휴대전화기는 늘 있어야 했다.


 마동이 지니는 몇 개의 물품은 팔뚝의 밴드와 허리에 찬 냅색에 들어있었고 마동과 함께 조깅을 하면 따라서 이동을 했다. 누군가 듣는다면 대단히 거창한 일이라도 한다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동이 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꽤 중요한 일이었다.


 조깅을 할 때면 팔뚝에 찬 밴드의 휴대전화기에 블루투스로 연결이 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매일매일 달리지만 듣는 노래는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지나간 팝스타들의 노래들, 그러니까 시시알, 데이빗 보위, 조니 미첼, 제네시스를 듣는다. 또 다음 날에는 클래식을, 어떤 날은 영화음악을, 또 다른 날에는 비비 킹과 에릭 클랩튼이 같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음악을 듣는데 가리지는 않지만 최신가요만은 피했다. 왜 그럴까. 최신가요는 들을수록 듣는 시간을 축소시킨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음악이었다. 최신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마동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성의를 다해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상업적으로 꽉 짜인 최신가요는 이 노래와 저 노래가 비슷한 공산품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전어회 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전어회의 맛을 설명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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