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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1

1장 당일



11.

 우리가 매일 음식을 챙겨 먹지만 음식의 종류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마동은 매일 다른 음악을 비타민처럼 섭취하고 있었다. 지금은 폴리 시달의 음악을 들으며 달리고 있다. 라이브다. 폴리 시달이라는 이름의 명성에 맞게 콘서트홀에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여흥 또한 이어폰을 타고 흘렀다. 폴리 시달은 자신의 공연에 여자 가수를 초대했다. 여자 가수는 신인이다. 큰 무대에는 처음 올랐다. 폴리 시달이 먼저 그만의 독특한 음색과 특유의 기백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와하는 소리가 들린다. 인파에 비해서 청중은 자제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신인 여자 가수와 폴리 시달의 조화를 위해서이다. 세련된 팬 문화가 세련된 가수를 만들어낸다. 분위기가 ‘거대하다’보다는 ‘정겹다’에 가까운 공연의 느낌이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기 때문에 정겹게 들리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눈을 감을 필요는 없지만 노래에 심취해서 달리다 보면 듣고 있는 노래가 전달해주는 떨림은 몇 배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폴리 시달이 부르는 노래의 파트가 끝나면 여자 가수가 노래를 이어받아서 불렀다. 어쩐지 여자 가수는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의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다. 훈련을 받지 않은, 그저 음위에 몸을 실어 노래를 부르지만 잘 부르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하게 마동이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 가수가 부를 땐(아마도 후렴 부분) 사람들이 다 같이 따라 불러준다. 곧이어 청중의 박수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폴리 시달은 특유의 매너로 같이 노래를 부르는 여자 가수를 띄워주는 음을 불어넣어준다. 노래에 생기를 한 단계 더 이끌어 울려줌으로 청중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중간에 색소폰의 연주가 나오는데 그 연주만으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색소폰이 내는 음에 어깨를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색소폰의 연주가 끝나고 폴리 시달은 마이크를 청중에게 돌린 모양이다. 모든 이들이 후렴 부분을 열창을 했다. 휘슬소리와 환호가 한데 어우러져 들렸다. 여자 가수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끝까지 뒤에서 폴리 시달은 청중과 여자 가수를 받쳐주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여자 가수는 벅차오르는 목소리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아마도 감격에 겨워 청중에게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폴리 시달과 한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신인 여가수에게는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이어폰으로 짱짱하게 노래를 듣고 땀을 듬뿍 흘리며 한 시간여 동안 달린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며 매일 이러한 이벤트를 맛보는 것에 만족했다. 모든 것을 상상하게 된다.


 마동은 찾아서 듣는 음악 속, 그 세계에서 짜릿함을 상상했다. 그건 마치 중학생이 옆집 대학생 누나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상상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음악을 들으며 땅바닥이나 앞을 조며 꾸준하게 달리는 동안에는 꽤 여러 가지 상념이 지나갔고 마동은 그중에 몇 가지는 선택을 해서 상상하기도 했다. 보통 하루에 멍청하게 있거나 갖가지 공상이나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영화처럼 햇살이 들어차는 창가에서 기지개를 켜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거실 바닥에 내려앉은 햇살을 밟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좀비처럼 일어나서 바로 화장실로 가 배설을 하고(아닌 사람도 있지만)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나와서(요즘은 굶는 사람이 더 많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카페 주인과 인사를 하고 커피를 받아서 빠르게 한잔 마신 후 대중교통이 몸을 실어 회사로 고생 끝에 출근하여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 중간에 시간을 내어 치과를 가야 하고, 은행에도 들러야 한다. 줄을 서서 기다려 맛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급하게 먹고 난 다음 다시 업무로 복귀하어 대쳐 진 시금치가 되어 퇴근하는, 단순하고 반복된 사이클은 언제나 복잡하고 바쁘게 흘러가 버리고 만다. 그러한 패턴이 지니는 복잡성을 사람들은 균형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상상 따위를 하는 것은 균형이 깨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런 쓸데없는 공상은 자신을 어두운 공간에 유패 시키는 것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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