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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7. 2023

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기 직전, 겨울에 배를 열심히 저었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옆 나라로 가서 서점으로 들어가서 이 문예지 한 권을 달랑 사들고 다시 배를 열심히 저어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한 일이라곤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들고 왔는데 그게 일본이었다.


2019년 6월호의 문예춘추다. 일본의 문예지 문예춘추는 일본에서는 상당한 우익 성향의 문예지로 하루키의 신간이 실렸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어? 했다. 왜냐하면 일본의 우익은 하루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우익에 반하는 말들을 인터뷰를 통해 당당하게 하거나 소설 속에 자국의 잘못된 점도 가감 없이 적확하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 교토통신 인터뷰

상대가 “개운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사과했으면 알겠습니다. 이제 됐습니다”라고 말할 때까지 사과할 수밖에 없다. 사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이 어떻든 타국을 침략했다는 큰 틀은 사실이다.


2019. 도쿄신문 인터뷰

우리가 역사라는 것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아무리 구멍을 파서 역사를 감추려 해도 반드시 밖으로 나오게 되어있다. 역사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집합적인 기억이다.


그 외 안데르센 문학상 연설이나 예루살렘의 계란과 벽의 연설은 아주 유명하다.


어떻든 하루키 같은 큰 작가도 신간을 문예지를 통해서 발표를 한다. 그 점이 너무 좋다. 마음속으로 나는 잘 나가는 작가이니, 내가 소설이나 에세이를 발표하면 이만큼 돈이 들어오니 출판사에서 바라는 대로 단편집으로 엮어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지, 같은 생각과는 하루키는 먼 것 같다.


왜냐하면 단편소설은 종이책으로 출판하기 이전에 뉴요커지에 대부분 실린다. 위의 고양이 일러스트는 뉴요커지에 실린 그림이다. 당연하게도 일본인이니까 일본에 먼저 신간을 문예지나 어떤 식으로 발표를 하고 뉴요커지에 실리게 된다. 하루키의 행보는 대체로 그렇다. 그리고 뉴요커지에서 오랫동안 문학을 담당하던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다.


그러고 나서 1년이나 2년 후에 한국에 출판물이 나온다. 성격이 급한 나 같은 인간은 그 기다리는 시간이 고행이라 뉴요커지에 들어가서 한국 출판물이 나오기 전에 단편 소설을 멋대로 번역을 해서 책자로(판매용으로 만들면 안 됨) 만들어서 주위에 하루키 팬들에게 한 권씩 휙 줘버리고 나중에 제대로 출판이 되면 비교해 보라고 한다.


후에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를 말할 때~’가 아주 얇은 책으로 출판이 되었지만 이 문예춘추에 실린 에세이가 좀 더 소중하다. 왜냐하면 고생해서 들고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읽을 수 있지도 않다.


이 에세이는 한국에 좀 늦게 나온 감이 있어서인지 이미 하루키 팬들이 인터넷에 번역을 해서 올려놨다. 나 같은 인간은 그런 것도 꽤나 다 악착같이 찾아서 읽어본다. 정식 출판이 되기 전 많은 번역본이 있지만 그중에서는 유튜브 '심야 북카페'에서 번역해서 낭독하는 버전이 제일 좋다. 이 버전은 사실 정식 출간된 버전보다 더 좋은 것 같다.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매일 이른 새벽 낭독을 들으며 잠들곤 했었다. 한 작가의 글을 이토록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신기하고 그 속에 나도 속해 있다는 것 역시 신기할 뿐.

오늘의 선곡은 하루키가 그나마 록 중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하는 롤링 스톤즈의 고잉 투 어 고고 https://youtu.be/PPMAuv_O750

The Rolling St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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