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11

소설

by 교관


11.


모임이 석 달째 접어들었을 때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종교의 한 시설, 여러 예배당 중 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오늘은 그곳에서 모임을 가졌다. 예배당은 중앙시장에 위치한 대림빌딩의 3층에 있었다. 건물은 5층짜리로 30년 정도 된 건물이었다.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나름대로 잘 되고 있어서 그렇게 더럽지 않았다. 관리인도 있는 건물이었다. 겉으로 봐서는 도무지 이 안에 교회가 있을 거라는 빌미가 보이지 않았다. 3층으로 올라가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복도가 나오는데 교회의 분위기가 있었다.


겨울에 교회에 가면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

교회의 긴 의자나 벽에 붙어 있는 각종 문구와 십자가와 예수 그리스도 상 같은 것들.


복도를 따라 걷다가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타 교회의 예배당과 비슷한 공간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 편에 탁구대가 있었고 신도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남자 두 명이 탁구를 하다가 메를린을 보더니 인사를 했다.


우리에게도 인사를 건넸는데 인사는 종교적이었다. 우리는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에 앉아서 모임을 했다. 메를린은 이번 모임에서는 영화를 한 편 보여주었다. 물론 외국영화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였다. 인간의 모든 죄를 안고 죽음으로 가버린 예수에 대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열띤 토론을 했고 회장은 구약성서의 한 부분을 풀어헤쳐서 우리의 삶과 비교해가며 강연을 이어갔다. 최지은 씨와 쌍둥이는 회장 메를린의 말에 빠져 들어갔다. 이 고난과 역경의 매일이 꽃길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꽃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가는 순간 그 길이 꽃길이 되는 것이다!


예배당을 들락거리는 신도들은 꽤나 평온한 얼굴이었고 혈색들도 좋았다. 신도들이 주전부리를 들고 왔다. 우리까지 총 8명이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무엇보다 신도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몹시 신기했다.


인간은 왜 어째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일까. 회장이 화두를 던졌다.


왜 계절에 따라 몸은 반응을 하고 힘들어질까요?

왜 머리카락은 빠질까요?

왜 늙을수록 변하는 신체에 불안해하고 힘들어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왜 우울해질까요?

우울함이 깊어져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잘 견디던 마음이 종이처럼 얇아져서 한순간에 찢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삼라만상 이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운 일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 하느님에 대한 강한 믿음만 있다면 우리의 매일은 천국과 같아집니다.


신체의 변화나 아픔,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편폐하지 않아요. 뚱뚱하고 덩치가 크다고 해서, 피부의 색이 다르다고 해서, 또는 너무 마르다고 해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몸에 병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차별을 받고 손가락 질을 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천국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모두가 동등하죠. 똑같은 사람, 똑같은 신도일 뿐입니다. 보세요, 이분들을. 피부도 정말 좋아졌어요.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 신도들은 사람을 볼 때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어안고 같이 기도를 하며 즐겁게 지낼 뿐이에요. 인간의 삶이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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