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13

소설

by 교관


13.


그날은 만나서 쌍둥이와 내가 몇 편 적어 놓은 시를 영어로 바꾸어 보기도 했고, 그 영어로 번역된 시를 낭독해 보기도 했다. 또 영문시를 한국어로 된 시로 번역을 해서 다시 의역을 해보기도 했다. 쌍둥이는 그런 재미가 좋다고 했다. 단어를 찾고, 그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잔뜩 하고.


시간이 좀 지나고 술이 몇 잔 오고 간 다음에 쌍둥이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동안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모임을 가지면서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는 것, 그리고 이런 편안한 마음으로 평생 지낼 수 있다면 한 이 없을 것 같다는 것, 그런 생각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그래서 쌍둥이는 회장에게 연락을 해서 모임 이외에 따로 만나서 교단에 입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메를린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교단에 바로 들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 같았던 회장이 그저 알았다고만 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일절 다른 말이 없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쌍둥이에게 교단에게 정식으로 신도가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쌍둥이는 결론을 내린 후였다. 여러 번 말할 수는 없었다. 교단으로 들어가면 지난번에 봤던 신도들처럼 모든 것을 잊고 그저 기도를 하며 신을 향한 믿음으로 자급자족해가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에 흡수되고 나면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 불안함, 이 고통 같은 것들은 전부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믿음에 강해지면 지금 여기 이 현실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다.


아마 부모님은 모를 테지? 부모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알리지 않고 그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고 집에서 나올 생각이라고 했다. 귀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메를린은 아직 답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쌍둥이는 나보다 훨씬 적게 먹었다. 그리고 평소에도 많이 걸었다. 하루에 한 끼 반 정도를 먹는다. 그렇지만 덩치도 크고 많이 뚱뚱했다. 이상하지만 모임을 하면서 보는 쌍둥이는 점점 더 살이 찌는 것 같았다. 그건 마치 마녀에게 어떤 잘못으로 인해 마법이 걸려버린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절박했다. 뭐든 잘하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결과는 나쁘게 되거나 옳지 못한 것으로 되기 일쑤였다. 옳은 선택이 반드시 올바른 결과는 낳지 않는다. 쌍둥이는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니 옳지 않은 선택을 해도 결과는 올바른 쪽으로 가버리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 절박함은 불안을 키웠고 사람들을 기피하게 만들었다.


쌍둥이와 만나서 맥주를 마시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 후로도 모임은 착실하게 이루어졌다. 모임은 계속 이어져 5개월째가 되었다. 모임은 이제 성경 공부 위주가 되었다. 그렇지만 영어가 주가 되었을 때와 달라진 것 크게 없었다. 영어공부를 성경으로 했을 때와 성경 공부를 하면서 영어도 같이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모임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끝이 나면 바로 헤어지지 않고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에는 회장이 말하는 성경과 교단이 있었다. 그 세계는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즉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세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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