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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8. 2022

가 족같은 회사

호크니의 초기작을 따라 그려봄


대기 속에 고요가 침잠되어 있고 해는 아무리 애를 써도 구름 때문에 나타나지 않았다. 바람은 없는데 기온이 너무 낮아 을씨년스럽다. 먼지가 많아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재채기가 나오고 사람들의 표정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굳어 있고 무섭게 보였다.


도대체 지금까지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서 죽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일천억 명? 쯤 될까. 죽는다 해도 일천억 명 중에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우주로 나가서 죽는다면 최초로 우주에서 죽은 사람으로 인류는 기억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우주로 자꾸 가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일천억 명이라는 숫자는 얼마나 되는 숫자일까.

우리는 이런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수치를 보통은 경험하지 못하고 죽는다.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수치의 돈을 마음껏 써먹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의 대표는 법인카드로 이 모든 것들을 누린다. 이런 대표가 있는 회사는 보통 ‘가족 같은 회사’를 표방한다. 하지만 실상은 '가 족같은 회사'다.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와 핏줄처럼 서로 연결을 할 수 있어야, 같은 말로 직원들을 사로 잡거나 휘어잡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적인 제도, 가장 부패한 제도, 가장 비인간적인 제도는 가족이다. 가족은 곧 계급이다. 교육문제, 부동산 문제, 성차별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부(자본) 뿐만 아니라 문화, 자본, 인맥, 건강, 외모, 성격까지 세습되는 도구다. 간단히 말해 만악의 근원이다 – 정희진, 가족 밖에서 탄생한 가족


우리는 아주 친밀한 사람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특별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실재하는 가족은 특별함을 일찌감치 지나쳐 온갖 문제가 산적한 집합체가 되어 있다. 우리들 내면에 간직된 상처의 가장 깊숙하고 거대한 상처는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 김소연,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사회에서 가족 같은 회사를 표방하는 회사는 문제가 많다. 너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고 착취를 하겠다는 말로 들리기만 한다.


이 같은 회사의 대표는 잘 나가는 직원이 계약이 끝나서 이번에 계약은 하지 않겠다고 하면 ‘가족 같은’을 들먹이며 협박을 하게 된다.


네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들은 전부 가족 같은 우리가 해 준 것들인데 배신을 해? 아주 너의 남은 앞길을 망쳐 주겠어.


이런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라 그저 가 족같은 회사일뿐이다. 츄의 사태만 보더라도 대중이 연예인을 감싸고도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츄의 소속사의 행태가 아주 나쁘다고 돌려서 말하는 인증의 글들을, 츄와 같이 일을 했던 의상, 스텝의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광고에서 퇴출시키려는 소속사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은 0이다. 업계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더 해주고 있다. 모델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가 족같은 행태가 어째서 지금까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가. 그건 초기 60년대부터 이어져온 가 족같은 회사의 잔재가 아직까지 있기 때문이다. 소위 조폭들이 건축업을 끼고 사업을 하던 분위기가 연예계로 들어오면서 같이 일을 하는 연예들을 외국처럼 평행선 상의 중요한 직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데리고 있는 애들처럼 여기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사진작가, 화가, 작가, 배우, 코미디언 할 것 없이 전부 에이전시를 통해서 활동한 모든 내역서를 투명하게 받아 보는 것에 비해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가 족같은 회사는 가족끼리 그런 건 안 봐도 돼, 같은 분위기로 일관한다.


이 가 족같은 회사를 좀 더 큰 의미로 보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벤투 감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이번에 떠나면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고 거기서 이런 이상한 행태를 4년 동안 경험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 휴식은 필요 없고, 중요한 게 돈, 스폰서 이런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의견은 ‘대표팀이 한국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는 겁니다.”


이 말은 한국축구협회라는 거대한 회사는 가 족같은 회사를 표방하며 선수들에게 휴식은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성적은 잘나길 바라는, 그래서 선수들을 오로지 협회의 돈벌이로 밖에 보지 않는 이상하고 이상한 행태를 말하고 있다.


그럼 이 가 족같은 회사의 못된 습성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들을 불러서 꿀밤이라도 놓고, 30센티미터 젓가락으로 똥침을 찔러야 할까. 아쉽지만 방법은 오직 하나다. 그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모든 내역, 소속사 연예인들이 활동해서 벌어들인 모든 수입의 내역을 공개하면 투명하게 된다.


대부분 동물은 배가 부르면 먹이를 먹지 않는다. 사자도 배가 부르면 앞에 토끼가 있다 해도 잡아먹지 않는다. 동물은 배가 고프면 먹이를 찾아서 사냥을 하지만 인간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하루 세 끼를 먹는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 간식도 먹는다. 여기서 욕심이 과해지면 아귀가 된다.


아귀의 배를 가르면 그 안에 작은 물고기가 가득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아귀는 뱃속에 소화가 안 된 작은 물고기가 가득 있어도 계속 먹이를 잡아먹는다. 배가 차도 계속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탐욕 때문이다. 탐욕이 너무 강하면 배를 채우다 채우다 결국 터지고 만다.




오늘의 선곡은 가 족같은 회사의 대표들아 이런 좋은 노래 좀 들어봐, 라는 의미로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의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부르는 예스터데이 https://youtu.be/CbyMrZQf_UU

Leonel 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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