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5.
그날은 방화사건이 터지고 모두가 그곳으로 출동을 했다. 화재가 큰 규모로 났다. 지역 소방서에서도 불을 진압하려 모두가 그곳으로 간 상태였다. 지구대에 홀로 있을 때 난입한 만취자들 때문에 그녀는 목숨이 위험하기까지 했다.
혼자서 세 명의 만취자들의 난동을 제압하지 못했다. 만취자들은 실실거리며 그녀의 팬티까지 들먹이며 달려들었다. 그때 지구대 옆을 지나가던 한 남자가 들어와서 만취자들을 단번에 제압했다. 순식간이었다.
남자는 같은 지구대 선배였다. 오늘은 비번인데 앞을 지나가다가 뛰어 들어온 것이다. 경찰이 전부 불이 난 곳으로 출동을 한 것을 선배는 알고 있었다. 덕분에 선배는 그녀가 만취자들에게 당하는 현장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선배 경찰과 가까운 사이로 발전을 하게 되었다.
선배 경찰은 키도 컸고 몸도 탄탄했지만 무엇보다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허락했고 두 사람은 자주 밤을 보냈다. 피임을 완벽하게 했지만 그와 잠을 잔 이후 임신을 하게 되었다. 임신을 하고 난 뒤로 그는 그녀에게 이상하게 멀어지려고 했다.
그는 그녀를 의심했다. 자신의 아이가 맞냐고, 그녀는 상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다. 선배는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었고 그럴 때마다 화를 내는 횟수 역시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만취가 되었을 때 괴팍하고 몹쓸 인간으로 변했다.
그녀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선배는 술을 마시고 만취가 되면 폭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이혼을 한 번 한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만취자 때문에 큰일을 당할 뻔했는데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에 상실감을 느꼈다. 사랑할 때와 화가 났을 때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선배에게는 결혼할 여자가 따로 있었다. 그녀는 선배에게 든 배신감으로 울분을 참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났지만 그는 그녀를 이상하게 몰아갔다. 구 사람은 그녀의 집에서 마주했다. 선배는 술이 많이 되어서 힘으로 그녀를 제압하려 했다. 힘으로 달려드는 선배를 피해 옆으로 밀었는데 선배의 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꼬꾸라지더니 머리를 벽에 찧고 말았다. 벽에는 액자를 걸어 둔다고 나사를 박은 상태였다.
방안은 피로 물들었고 그녀는 119에 전화를 해야 했지만 그 타이밍을 놓쳤다. 선배는 반신불구의 몸이 되었고 그녀는 경찰을 그만두는 것과 동시에 구속이 될 위기였다. 그렇게 되면 아직 어린 딸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좌절과 불안과 고통으로 보내던 그때 메를린이 몸 담고 있던 교단에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변호사를 붙여 주었고 딸과 떨어지지 않게 했으며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교단 내에 그녀를 들어오게 했다. 그녀는 절박했기에 메를린이 속한 종교가 내민 교단의 손은 큰 힘이 되었고 종교는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그녀는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 자기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교단에 속한 믿음이 강한 신도들이라는 걸 알았다. 그 후로 선교활동에 전념했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서 온 메를린을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본 교단 이하에 있는 산하 교단에서 선교 활동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아무나 교단에 넣으려 하지 않았다. 6개월가량 모임을 통해 꼼꼼하게 체크하고 감시를 했다. 그리고 모든 기준을 통과한 사람만이 신도로 받아들였다. 아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