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16

소설

by 교관


16.


메를린이 시간을 내서 따로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 이유는 이 모임에서 오직 한 사람, 나를 본교단에 넣고 싶어서였다. 교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쌍둥이였다. 메를린은 최지은 씨는 제외시켰다. 최지은 씨에게서는 쌍둥이나 나에게서 보이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메를린은 나를 찾아와서 따로 만나면 일상적인 이야기를 처음에 시작하지만 이내 본교단에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메를린의 말하는 스타일은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그대로 말을 해버렸다.


하루 종일 일하는 건 무의미해요.

하느님을 진실되게 믿는다면 생활이 아주 풍요로워집니다.

신도들을 보면 알겠지만 본교단으로 하루빨리 들어가요 우리.

나는, 실은 메를린에게서 이런 말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말이 나오는 것을 듣는 게 나의 목적이었다. 나는 한 문장을 떠올렸다.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정말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벽한 종교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회장에게서, 메를린에게서 본교단으로 들어오라는 소리였다.


쌍둥이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교단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건 일종의 침묵의 소리였다. 오랫동안 친구로 곁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침묵은 불안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침묵의 소리가 기지개를 켰다. 모든 상상이 침묵의 소리 안에서 요동을 쳤다.


어둠의 꿈에서 펼쳐진 꿈틀거리는 불안의 거리를 쌍둥이는 손을 잡고 걸었다. 양 사방에서 수백 개의 눈알이 지켜보았고 습기로 인해 축축해진 몸을 지탱해가며 그 거리를 걸어야만 했다. 침묵은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었고 쌍둥이는 그 침묵이 만든 웅덩이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한줄기 빛이 쌍둥이에게 떨어졌다. 쌍둥에게 그 빛은 메를린이 있는 교단인 것이다.


메를린이 몸 담고 있는 종교는,

미국에서 시작된 종교 집단이다. 정통 개신교 목사의 언어에 불만을 품은 종교인들이 치유의 목적으로 만든 교단이었다. 캘리포니아 동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교단의 활동은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정통 개신교의 파워가 막강했고 충족한 생활을 하고 있던 미국 서민층이 헌납하는 헌금이 흘러넘쳤기 때문에 개신교의 확장에 힘을 쏟았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개신교의 만행에 불만을 품은 신도들이 떨어져 나와 교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그때가 82년대 초였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폭동으로 삶이 망가진 에이시안, 인종차별로 불이익을 당하는 흑인들, 약으로 삶의 끝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에게 교단은 손을 내밀었다.


그들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바라는 것 없이 신도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신도들은 영혼이 이끄는 대로 교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신도는 늘어갔다. 하지만 비용, 비용이 문제였다. 정통 개신교에서 반대를 했기에, 후원을 받아야 하는 기업체가 없었다.


그렇게 10년 정도 흘러갔을 무렵 중간단계의 신도들이 먼저 신도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교단을 이끌어 가자고 결론을 냈다. 그 방법은 모은 돈을 헌납하고 교단에 모여 집단생활을 하며 생활비를 줄이는 것이다. 신도들은 아무런 미련과 불만 없이 모든 재산을 교단을 위해, 교리를 우해, 타인을 위해 뱉어냈다.


그리고 집단생활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이어갔다. 점점 영역을 확장해갔다. 미국의 작은 곳에서만 하던 선교 활동을 넓혀서 미국의 전역으로 그리고 유럽으로, 아시아로 뻗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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