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17

소설

by 교관


17.

메를린이 모임을 주도하는 방식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원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4명에서 5명으로 한정했다. 일주일에 3일 정도를 모임을 가지며 모임 장소는 같은 곳을 피했다. 다른 곳을 돌며 모임을 하는데 처음에는 영어 모임이라는 주제로 회원을 모집한다.


무턱대로 모집을 하는 것도 아니다. 꼼꼼하게 1부터 10까지 체크를 한 다음에 모임에 들어오는 회원을 정한다. 메를린은 기업체를 돌며 이사급 직원들에게 고급 영어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물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었다. 나이 많은 임원들은 메를린의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그 분위기를 좋아했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메를린은 인간관계에 실패한 사람,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것이 불안한 사람들을 가려낼 줄 알았다. 가장 확실한 사람은 벼랑 끝에서 죽을 결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젊은 사람 위주로 모집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그것대로 고집이 있어서 쉽게 넘어오지 않을뿐더러 교단 내에서도 자신이 다른 신도보다 덜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도로 인도로 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달랐다. 자신의 편이라고 인식시키면 시키는 대로 뭐든 다 했다. 젊은 사람들은 똑똑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말에 귀를 쉽게 열었다. 위로가 되는 말에 잘 현혹되었다. 한국에서는 모두가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한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생각만큼 영어가 늘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커뮤니티에 영어모임을 회원으로 모집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든다. 메를린은 거기서 모임을 하기 이전에 사람을 쳐냈다. 면도날을 대고 아니다 싶은 사람들은 누락시켰다. 오직 온 마음으로 교단을 믿을 사람만 물색하여 모임을 했다. 이 모임은 할 때마다 모임의 정보가 교단 내의 위로 위로 올라갔다.


메를린은 모임을 하면서 성경공부를 영어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하는 나를 선택하는데 마음을 굳힌 것이다.


어느 날 회장은 나를 데리고 최초 본교단으로 데리고 갔다. 이 도시의 본교단은 병성 공원 뒤쪽에 있는 7층짜리 건물에 있었다. 여러 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단했다. 이 도시에서 활동하는 교단의 신도들이 이곳에 전부 몰려 있는 것만 같았다.


150만 인구의 이 도시에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 집회를 할 수 있는 곳이 2000곳이나 되었다. 5천만이 살고 있는 한국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종교 집회 장소가 있는 것이다. 지난번에 영화로 모임을 할 때 갔던 그런 소규모 교단이 도시 곳곳에 여러수십 곳이 있다.


6, 7층은 올라가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먹고 자는 신도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단체로 집단생활하는 신도들 말이다. 이 종교에 완전히 귀의한 신도들은 이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곳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건물의 몇 개 층이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곳에서 기거하는 신도들은 각 가정을 전부 버리고 재산을 긁어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멀쩡하게 잘 사는 사람은 이런 곳에 오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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