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8.
건물 안은 몹시 깨끗했으며 좋은 냄새가 났다. 신도들은 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다녔고 자유롭게 건물 내부를 다니다가 마주치면 종교적인 인사법으로 기도하듯 인사를 했다. 이 안으로 스며들고 나면 모든 불안과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메를린은 나에게 수십 차례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의 눈빛에서 메를린은 확신을 가졌던 모양이었다.
나는 메를린과 둘이 만나면 나는 나의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회장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가 가진 근원적인 불안, 그 어둠과 침울한 고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는 했다. 나는 평소와 다르게 흥분하며, 격정에 휩싸여 말을 쏟아냈다.
메를린은 나를 구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진심을 다해서 나를 구원하고 악의 소굴에서 빼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너무 힘들고 내 주위에서 나를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눈을 뜨는 것이 싫다고도 했다. 이런 나의 고민을 듣고 메를린은 모임 끝에 나를 본교단으로 데리고 왔다.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소박하지만 평온이 끝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보통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악마의 존재는 믿지 않는다. 정말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악마의 존재 역시 믿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곳에 있는 신도들은 악마의 존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메를린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수척했다. 몇 날 며칠을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메를린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경계를 넘어 다니며 이쪽 사람들과 저쪽 사람들을 봐서 그런지 약간은 혼란스럽고, 조금은 흔들리는 것 같은 눈빛을 띠었다.
언젠가부터 메를린은 나를 보며 이야기를 할 때 나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아주 조금 비켜간 곳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그때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한창 메를린에게 나의 불안을 털어놓을 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를린은 어릴 때부터 착실한 개신교 하느님의 딸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언니, 오빠와 함께 여동생까지 모두가 주말이면 교회를 다니며 기도를 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도 즐겁게 주일을 보냈다. 메를린은 중학생이 되면서 신체적으로 성인 여자에 가까워졌다.
부모님 둘 다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미국 식단으로 음식을 먹어서인지, 아니면 그 어떤 무엇 때문인지 형제들과는 달리, 또 친구들보다 신체의 성장이 빨랐다. 게다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더 여성스러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