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Dec 15. 2022

겨울의 반짝이는 불빛이 껄끄러운

이유


조깅을 하다 마주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매년 보게 되는 이 빛들은 어쩐지 반갑지 만은 않다. 꼭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 껄끄러움이 있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을 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그 빛들은 나를 향해 지금 만족하느냐, 지금 행복하느냐, 그 정도면 괜찮은 거냐,라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말을 한다.



빛나는 크리스마스 불빛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모든 건 너 때문이야,라고 말을 한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가 땅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다. 불빛은 좀 더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걱정으로 사는 인간아, 같은 말을 나는 왕왕 듣는다. 하지만 그래서 인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백 년 정도 살지만 천년만큼의 걱정과 고민으로 살아가기에 내 감정의 변이와 감정의 결락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다.


우주의 점보다 못한 존재로 넓은 하늘을 노래하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질하고 소심하게 내 감정의 변이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인간을 일으키고 숨을 불어넣고 살아가게 하는 건 다른 아닌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그 한 사람이 있다면 지구가 불바다가 된다 한들 무슨 걱정일까.


박준의 시에 보면 끌어안고 죽고 싶을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곧 사람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무서운 얼굴을 한 불빛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큰 소리로 대답할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나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의 선곡은 이즈미 사카이, 자드의 지지 말자 https://youtu.be/NCPH9JUFESA

zardofficial
매거진의 이전글 인스타에 글 쓰는 게 어때서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