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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5. 2023

27. 호산나 1

소설

   


1.

 일단 엄청난 소리가 몸을 의자에 꽁꽁 묶어두게 만들었다. 올 댓 재즈와 슈바빙이 밤과 낮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면 음악 감상실이었던 런던 팝과 호산나는 침실 같은 곳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에는 풍부한 음악이 가득했기에 우리는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으러 갔다. 어째서 그렇게 음악을 들으러 다녔는지 잘 설명할 수가 없다. 잘 설명할 수 없는 일은 도처에 널려있고 그것은 어떤 형태를 지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설명하기가 힘들다. 음악 감상실에 가서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음악을 들을 뿐이었다.     


 호산나는 지방에서 앨범이 가장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소문에 걸맞게 디제이 박스로 보이는 앨범은 정말 엄청났다. 그래서 호산나에 입장하여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한 어떤 감정에 휩싸였다. 호산나에서는 얼굴은 몰라도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꽤 하는데? 같은 무언의 응원 같은 것과 우리는 동질 한 것을 공유하고 있군, 같은 의미가 오고 갔다.    


 호산나는 늘 어두웠고 뿌연 공기가 탁월했는데 그곳을 가득 채우는 사람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다. 기이하지만 중학생이나 대학생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고등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은 주로 학교에서도 뒤에서 노는 아이들이었는데 호산나 안에서는 과시 같은 걸 하지 않았다. 그저 음악을 듣고 담배를 피워 댈 뿐이었다.    

 

 그 외에도 호산나에 가면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었고 그것을 쫓는 남녀 학생끼리 담배를 나누어 피우며 이야기를 하다가 호산나를 나갈 때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호산나는 주로 인디밴드의 음악과 재팬뮤직을 틀어 주었다.     


 호산나에서는 재팬 뮤직인 주디 앤 마리, 스피드, 라르크 앙 씨엘 그리고 이즈미 사카이가 있던 자드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음악은 레코드가게에서는 팔지 않았고 티브이나 라디오에서도 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직 호산나에 가야만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꿈같은 히데의 음악을, 엑스제팬에서 히데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흥분되었다. 그건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고 핑크 스파이더의 첫 시작 인트로를 듣는 순간부터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대단하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연주하며 노래를 하는 가수를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라디오헤드와도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친구들은 썩 좋아하지 않았다. 어째서 키스(그룹)는 되는데 엑스재팬은 안 되는가. 그것이 내가 던진 질문이었다. 키스 역시 대단한 페인팅바디에 강한 록을 했고 무대에서 비둘기 같은 새를 죽이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말이다. 엘리스 쿠퍼 역시라고 해봤자 아이들은 일본뮤직이 줄곧 나오는 호산나에는 나와 같이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호산나는 주로 혼자서 가거나 락현이라는 녀석과 함께 갔다. 락현이 덕분에 호산나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락현이는 미치코런던 같은 옷들을 늘 입고 다녔다. 락현이는 머리털 빼고는 털도 없고 수염도 나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게다가 눈 밑에 화장을 했고 그것을 지우지 않고 등교했다가 터미네이터에게 끌려가서 많이 맞았다. 락현이의 피부는 정말 깨끗했다. 그리고 트러블하나 없었다. 그런 유리 같은 피부에 화장을 하니까 정말 여자 같았다. 게다가 목소리도 중성적인 보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락현이는 점심시간에 먹는 음식양도 많지 않았다. 보통 그 나이 때에 나타나는 근육이 있지만 락현이는 근육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팔씨름을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을 이겼다. 그만큼 힘은 세었다. 다리에 털도 없어서 우리는 락현이 다리를 만지며, 부드러운데 짜식,라곤 했다. 말이 별로 없고 늘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엷게 화장을 한 락현이가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옆에서 어떤 일을 수습하는 역할을 하는 신비한 여자의 모습처럼 보였다. 걸음걸이에서 마저 교양이 묻어났고 웃을 땐 늘 입을 가리고 웃었다. 락현이가 듣고 있는 음악이 히데의 노래였다. 녀석은 어느 날 나에게 ‘호산나’라는 음악 감상실이 있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호산나에 자주 가게 되었다.      


[계속]



라르크 앙 시엘의 하니 https://youtu.be/WmM-KTcG3QY

L'Arc〜en〜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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