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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6. 2023

27. 호산나 2

소설


2.

 호산나의 디제이들은 전문적인 디제이라기보다 고등학교에서 방송부를 하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느닷없이 디제이를 해버려서 체계는 좀 떨어졌지만 그것대로 멋이 있었다. 호산나에는 락현이가 늘 옆에 있었고 그 녀석과는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락현이는 내가 자기 덕분에 히데를 좋아하는 것을 계기로 해서 그림자처럼 나의 옆에 붙어 있었다. 락현이의 외모와 행동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아마 락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히데의 노래가 큰 힘 같은 것이 되어주었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는 술을 마시면 히데의 노래를 히데스럽게 불렀고 혀를 내밀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국사 새끼가 락현이의 외모와 말투, 행동을 걸고넘어졌다. 여자처럼, 여자 같다, 여자냐, 여자보다, 같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고, 락현이는 대들었다가 많이 맞았다. 국사 새끼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얼굴을 때리고 말았다.     


 “사과 안의 씨앗의 개수는 우리가 알 수 있지만 그 씨앗이 만들어 내는 사과의 개수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어. 지금 무엇인가 잘 되지 않는다고 나는 좌절하지 않아. 만약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모두 잘 된다면 세상은 불공평한 거 같아.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야. 하지만 완전한 인간도 죽고 말아. 그래서 모두 다 똑같아. 언제 죽는지 알고 있다면 그다지 열심히 삶을 살 필요는 없겠지. 그걸 모르니까 모두가 열심히 사는 거 같아”라고 락현이는 호산나에게 술이 취한 채 나에게 말을 했다.      


 우리는 히데의 노래를 신청해서 신나게 따라 불렀다. 대체로 히데의 노래를 신청하면 호산나에 모인 아이들 대부분이 따라 불렀다. 텔미를 부르고, 에버 프리를 부르고, 로켓 다이버를 부르고, 다이스를 부르고 다우트를 외쳤다. 뭔가 히데의 노래를 따라 부를 땐 현실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과 시간의 경계를 벌리고 웜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 딱 그것이었다.     


 락현이는 한 마디로 이반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그러니까 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또는 누가 하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대부분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락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거였다.     


 편견, 락현이에게 편견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그럴수록 락현이는 호산나 속으로, 히데의 음악 속으로 더 들어갔다.      


 1, 2학년 동안 같은 반이었는데 락현이는 2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고 외국으로 가버렸다. 국사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며 “연락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뒤로 전혀 락현이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그다음 해 길거리에서 락현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낯설어진 락현이를, 락현이가 아닌 락현이를.



히데의 텔미 https://youtu.be/dPyoImlTj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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