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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7. 2023

28. 사진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1

소설

 

1.


 축제에 사진부는 학교 등나무 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사진부 부스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오아시스의 ‘스탠 바이 미‘를 틀어 놓았다. 그곳은 보이 스카우트와 미술부와 늘 경쟁을 해야 했다. 경쟁에서 쟁탈을 하는 것은 괜찮으나 쟁탈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몹시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진을 담아서 학교 측에 일단 인정을 받아야 했다. 일 년 가까이 3일 동안의 축제를 위해 사진을 담았고, 모든 클럽활동 하는 아이들 역시 그 3일을 위해 나머지 평일에 악착같이 클럽활동을 했다.       

   


 8월의 무더위가 세계를 뒤덮은 여름의 하루. 나의 손에 아날로그 카메라 한 대가 쥐어져 있었다. 시장 통은 내리쬐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익을 대로 익은 솥 안의 고기처럼 후끈후끈했다.      


 그늘 막이 없는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할머니를 나는 포착했다. 할머니는 오전 10시쯤에 역전시장으로 나왔다. 나는 재래시장에서 땀을 흘려가며 손에 들려 있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필름은 한정적이었고 마음대로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그 속에는 ‘용의주도’가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오전 9시부터 재래시장을 거점으로 잡고 피사체를 찾아다녔다.     


 식육점 주인도 아니었다. 거리가 불안했고 시종일관 움직였다. 신발가게 아주머니도 아니었다. 너무 정적이었다. 사진이 정적이기 때문에 사진 속의 피사체는 동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러기에 피사체를 선별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의 티셔츠는 이미 반은 젖었다. 허름한 바지 주머니에는 24 롤의 감도 100짜리 필름이 한통 들어있었다. 카메라에도 같은 필름이 들어있었다.     


  카메라는 올림푸스펜이며 하프형식이었다. 나의 오른손 검지는 이미 펜의 셔터 위에 있었다. 겨울에는 순대와 붕어빵을 팔지만 여름에는 냉 콩국수를 파는 리어카 옆에 나는 잠시 앉았다. 그저 숨을 쉬면 후끈한 열기가 입으로 들어올 뿐이었다. 나는 얼굴에 홍조를 띠었고 눈빛은 반짝였다.     


 많은 할머니 부대가 그늘이 진 시장바닥에서 채소와 야채를 팔고 있었는데 그 틈에 끼지 못하고 해가 그대로 직사광선으로 내리 꽂히는 곳에 표정 없이 앉아 있는 한 할머니를 나는 발견했다. 나는 그 할머니를 보자마자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올림푸스펜에는 거리를 조절하는 렌즈가 없기 때문에 내가 움직여야 했다. 할머니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는 올림푸스펜이 담을 수 있는 거리 안으로 내가 몸을 움직여 진입을 해야 한다. 할머니의 나이는 알 수 없었다. 구십 세는 족히 넘어 보였다. 그렇다고 백 세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91세나 92세. 나이 탓인지 턱이 약간 앞으로 나와 있었다. 할머니는 더워 보이지 않지만 시원하게 보이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옛날 옷 같지만 또 옛날 옷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할머니는 태양빛과 열기가 미사일처럼 내리 꽂히는 뜨거운 자리를 펴고 앉아서 ‘파’를 팔고 있었다.     


 파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다. 쪽파 같아 보였는데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쪽파도 올리고 할머니도 앉았다. 나는 할머니를 잘 포착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바로 옆에 고등어 장수가 있어서 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여름의 더운 날이라 비린내는 생각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올림푸스펜에 손가락을 올리고 할머니를 주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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