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l 31. 2023

이 더운 날 시래기 된장국은 꿀맛

이열치열이다

조깅을 좀(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하고 땀을 뻘뻘 흘린 후에 먹는 뜨거운 시래기 된장국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렇다고 해서 막, 티브이에서 먹방 요정들처럼 마구 먹어서는 안 된다.


나는 보통 여름에는 대체로, 거의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또 몸에는 별로 안 좋을지 몰라도 기름에 풍덩 들어갔거나 굽거나 한 음식을 먹는다.


덥다고 해서 냉면이나 밀면이나(시원한 음식을 생각해 봐도 별로 없다) 또는 팥빙수를 거의 먹지 않는다. 여름에 얼음이 들어간 건 아아 정도를 제외하고는 물도 냉장고에 들어있지 않는 물이 좋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에는 꽁꽁 얼 것 같은 시원한 물을 마셔야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이미 오랫동안 여름에 조깅하고 땀을 흠뻑 흘린 다음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조카가 여름방학에 외가인 우리 집으로 오면 안 먹는 음식들이 있다. 바닷가라고 해서 회나 초밥, 김밥, 생고기, 육회 같은 건 먹지 않는다. 이렇게 날 것으로 된 음식은 이 무더운 날 잘 먹지 않으면 균에 감염이 된다. 어른들이야(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렇다 쳐도 아이들이 균에 감염되면 너무 힘들다.


나는 음식이 시어빠지면, 즉 약간 맛이 변해서 신맛이 나면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상하면 문제가 된다. 홍어, 김치 같은 음식은 다 신 음식들이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괜찮게 먹는다. 그런데 무더운 날씨 탓에 음식이 상하게 되면 곤란하다. 이런 날에는 음식이 금방 상하기 십상이다. 상하지 않더라도 더위 때문에 바다에 균이 생기고 그 균이 갯것이나 물고기에 들러붙을 가망성이 농후하다.


나는 자연산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늘 말하지. 이 무더운 날에 회를 먹으려거든 양식회를 먹으라고. 맛도 좋도 무엇보다 가두리니까 적당한 항생제 덕분에 균이 거의 없다. 깨끗하다는 말이다.


여름에 덥다고 팥빙수를 먹으러 카페에 들어가면 에어컨 때문에 금방 몸이 식는데 거기에 얼음으로 된 차가운 음식을 몸에 넣는 게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집이든 식당이든 카페 안은 전부 시원하니 여름에는 음식을 따뜻한 음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떻든 지금까지의 나와 나의 주위를 보면 나는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슷한 몸무게에 여름에도 늘 이렇게 조깅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는데 주위의 친구들은 살이 많이 붙어 너무 힘들어한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은 몸은 나이가 들었는데 술을 찾는 횟수는 예전보다 더 늘었다. 머리가 깨질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두 잔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것일까.라고 해봤자.


시래기 된장국도 추억 속 음식이다. 여름방학에 개울가에서 놀고 들어오면 오늘은 우리 똥강아지들 뭘 해줄까 하며 외할머니, 외숙모, 큰 이모는 하루는 닭을 삶고, 하루는 문어를 삶고, 또 하루는 육개장을 해서 다 같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하루는 시래기 된장국을 끓여서 밥을 말어서 먹었다. 잘 먹으면 외할머니는 밥 잘 먹는 것만으로도 좋아했다. 요즘에도 자기 아이가 매일 똥만 잘 누면 엄마들이 좋아 죽는다.


어제는 바닷가에 나가서 몸을 좀 태웠다. 오일을 잔뜩 바르고 15분만 있어야지 하면서 소설을 좀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1시간 가까이 태워버렸다. 몸이 그야말로 잘 구워진 고등어처럼 되어 버렸다.


해가 엄청 뜨거운 날인데 그런 것도 잊을 만큼 소설이 재미있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어서 그랬다. 그러나 히가시노 소설은 읽을 때는 너무 재미있지만 한 번 더 읽을 만한 소설은 아니다. 추리소설이라 이미 해답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인지 한 번 더 읽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런 문제를 감지해서 언젠가부터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시간이 다른 공간으로 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히가시노는 전설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유가와 마나부라는 젊고 천재적인 물리학 교수와 가가 형사를 탄생시켰다. 이 두 사람이 각자 소설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소설로 탄생하자마자 영화, 드라마로 재탄생되기 바쁘다. 일본에서는 유가와 교수의 캐릭터를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우리에게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람의 검심’의 켄신의 스승으로 유명하다)와 동일시하게 만들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유가와가 나오는 다른 작품에서도 다 유가와 역으로 출연을 했다. 잘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소설에서도 유가와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후쿠야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머리가 아주아주 좋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이 추리소설이라 한 번 읽히고 마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인지 ‘기린의 날개’나 ‘방황하는 칼날’ 같은 사회문제를 직시하는 소설을 썼다. 그러나 김영하 소설가나 하루키의 소설처럼 여러 번 읽히지 않는다. 딱 한 번으로 나는 끝이다. 그래서 히가시노의 소설을 10편 정도 구입해서 읽다가 다시 읽히지 않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사 읽다가 그 후로는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드니 온몸이 햇빛의 간섭을 너무 받아서 일어나서 바로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차가운 물에 샤워를 했다. 그리고 따뜻한 시래기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야무지게 먹는다. 먹다 보면 추억이 생각나고 맛도 좋아서 한 그릇 더 먹게 된다.




오늘의 선곡은 이현우의 명곡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https://youtu.be/_OrPmJOZFiI

pops8090







매거진의 이전글 달이 뜬 하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