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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에세이

나는 그 인기 있다는 가수가 싫다

by 교관

하루키 에세이 – 나는 그 인기 있다는 가수가 싫다


하루키는 한 에세이에서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를 몹시 질투하고 있다.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는 그저 그런 노래를 부를 뿐인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흥! 같은 이야기를 죽 늘어놨다, 인간적인 하루키 씨.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는 축구선수 출신이라 피지컬이 좋다. 키고 크고 스페인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친밀감으로 밀어붙인다. 무엇보다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 영어보다 더 휘어지고 꼬부라진 언어로 정장을 입고 서서히 다가가면서 그윽한 눈빛으로 여자들을 보면서 그의 히트곡 ‘헤이’를 부르면 넘어가지 않는 여자가 없었다.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노래는 하루키가 전적으로 별로야,라고 생각하는 음악이다. 이러쿵저러쿵하며 미즈마루 씨에게 홀리오 삽화까지 그려 가면서(미즈마루: 하루키 씨, 정말 괜찮겠어?)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음악을 돌려까면서 또 다른 면으로 홀리오 씨를 부러워하고 있다.


하루키 씨의 이런 에세이를 읽으면 정말 키득키득할 수밖에 없다. 하루키는 홀리오 씨를 프랭크 시나트라와 미조라 히바리와 비교해 가며 머리도 텅 비고, 노래도 텅 비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그런 따위 전혀 무관하게 홀리오 씨를 좋아한다. 너무나. 그 여자들 속에 하루키 씨의 아내, 요코 상도 있기에 하루키가 이토록 ㅋㅋ.


하루키는 홀리오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멋지고 잘 생긴 탓도 있고 노래도 잘 부르지만 사상적으로 텅 비어 있다는 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사실 근본 없이 하는 게 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된다. 근본 없는 음식이라든가, 근본 없이 처음 시도 하는 영화라든가, 형식의 굴레에 들어가 있지 않고 궤도에서 이탈해서 자기 하고픈 대로 해버리는 그런 무모함에서 오는 짜릿함을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홀리오 이글레시아스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의 아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다. 엔리케도 스페인의 유명한 가수다. 얼굴도 잘 생기고 명문 캠브리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종횡무진 활동한 축구선수였던 아버지 홀리오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키도 190이 넘고 멋지다. 한때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수였지만 아버지만큼 인기가 없었다.


그런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가 무척 안 좋기로 유명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엔리케라는 이름은 우리가 들으면 그럴싸하고 멋있지만 우라 나라로 치면 철수? 만수?처럼 그저 빨리 지어 버린 그런 이름이다. 일본의 아키코, 러샤의 쏘냐 같은, 명자, 순자처럼 촌스럽다고 느끼는 이름이 엔리케라는 이름이다.


홀리오 같은 슈퍼스타는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한다. 그러다 보면 여성들과 많은 만남을 가진다. 그러다 보면, 아뿔싸 피임에 대한. 아무튼 요즘은 이런 키득키득 거리는 하루키의 에세이가 그리운 날이다.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헤이 한 번 들어보자.



https://youtu.be/oAjKBUr_5Fw

Julio Igles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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