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하루키 에세이 –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라는 챕터가 있다. 하루키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끔 실제 인물을 등장시킬 때가 있는데 실제와는 다르게 표현을 해서 아마 당사자는 모를 것이라 했다.
당연하지만 소설보다는 하루키는 에세이에 실제 인물을 많이 등장시켰다. 특히 늘 두부를 사러 가는 두부 집에 주인부부가 없을 때 아직 여중생의 어린 딸이 두부를 내주었다던가. 그 두부 집 딸내미는 훌쩍 커서 자신이 하루키의 에세이에 등장했다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랑을 할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소설 속 등장하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하루키 에세이를 읽는 최고의 재미이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위에 서머싯 몸의 예도 들었다. 서머싯 몸은 한 소설에서 전혀 면식이 없는 사람에게서 ‘내가 소설의 모델로 쓰였다’라고 소송을 당해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슬픈 외국어에 보면 ‘스티븐 킹과 교외의 악몽’ 챕터가 있다. 미저리에 관한 일화다. 미저리 소설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정말 자신이 쓴 것이라 믿고 있는) 하는 중년 여성 앤이 스티븐 킹을 괴롭히고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는 자신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하며 스티븐 킹이 자신의 원고를 훔쳐 갔다고 주장을 하는 등 협박장을 보내기도 했다.
며칠 뒤 에릭이라는 청년이 스티븐 킹의 집에 침입하면서 자신의 숙모 원고를 훔쳐 미저리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럼 에릭과 중년 여성 앤이 서로 아는 사람이려니 하겠지만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남남이다. 게다가 앤은 스티븐 킹이 자신을 위해 일부러 청년을 시켜 저런 일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경찰에게 연행되고 절차에 따랐다. 앤 이라는 여성은 스티븐 킹이 초기작을 낼 무렵부터 그렇게 협박을 하며 스토커 짓을 해왔다고 한다. 청년이 집에 침입했을 때는 집에 스티븐 킹의 아내만 있었는데 몹시 무서웠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의 선곡은 하루키 에세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아주 신나는 그 곡 https://youtu.be/129kuDCQtHs?si=GCuSAsyga5yf5n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