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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2

2장 1일째


62.

 주인은 뒤로 돌아서 물 컵에 물을 받아서 마동 앞에 놓았다. 만두집 안은 7평도 채 되지 않는 장소에 테이블이 3 개가 있고 나머지는 냉장고가 차지하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에어컨은 보이지 않았고 선풍기가 벽에 한 대, 홀의 중앙에 한 대 뿐이었고 선풍기의 날개 팬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만두 종류는 딱 하나뿐이었다. 고기만두 1인분에 2,500원. 뒤로 돌아서 만두를 찌고 있는 주인의 뒷모습에도 억울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주인은 생각났다는 듯 선풍기를 마동 쪽으로 가지고 와서 강풍으로 선풍기를 틀었다. 선풍기는 천식환자가 내뱉은 기침소리를 몇 번 내더니 팬이 돌기 시작했다. 막상 팬이 돌고 나니 성능이 나쁘지는 않았다. 바람은 정확하게 마동에게 와서 시원하게 닿았지만 마동은 덥다고 느끼지 못했기에 미풍으로 낮췄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트위터에 접속을 하려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마동은 물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물 컵을 들어서 보니 오래된 사기로 만들어진 물 컵이었다. 흠집이 많았고 컵에 그려진 촌스러운 새의 그림으로 봐서 이곳은 오래된 만두집이라는 게 짐작이 갔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는 없었다. 만두 한 접시가 연기를 내며 마동 앞에 놓였다. 맛있게 드시라며 주인은 나타날 때처럼 사라졌다. 만두집에는 적막이 흘렀고 무거운 고요를 깨트리는 것은 돌아가는 선풍기의 소리였다. 만두는 총 10개가 누워 있었고 마동은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고 씹었다. 냉동만두였다. 만두의 속은 다진 고기와 채소가 신선함을 잃은 채 오랫동안 냉동 보관되어 있다가 스팀 기에서 해동시킨 맛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마동은 만두를 억지로 넘겼다. 역시 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어린 시절에 엄마는 만둣국을 해줬었다. 그건 어렴풋하나마 기억이 났다. 아버지가 만둣국을 좋아했고 김치로 만두 속을 만들어 만둣국 안의 만두를 터뜨리면 김치가 터져 나와 벌겋게 만둣국에 퍼져서 떠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이렇게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니 마동은 어릴 때는 꽤 만둣국을 먹었다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먹은 만둣국이지만 지금 씹어 먹고 있는 만두처럼 맛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곡된 기억 속에서 음식 맛을 기억하는 이들은 잘 없었다. 맛있었다. 또는 맛없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기억될 뿐이다. 맛있다, 맛없다 이외의 맛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다.


 약을 먹기 위해서, 또 오후의 중요한 작업을 위해서 마동은 만두의 맛을 느낄 수 없었지만 억지로 씹어 먹었다. 약봉지 안의 약 한 봉을 뜯어서 물과 함께 삼켰다. 일 인분에 2,500원 하는 만두를 3개 집어먹고 마동은 오천 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만두집을 나섰다. 나서면서 만두집을 보니 곧 없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주방의 식기 위해서 비행하던 파리들이 이동을 해서 마동이 먹다 남긴 만두 위에서 비행을 했다. 밖으로 나오니 태양의 열기와 광채가 더욱 빛나고 뜨거웠다. 약을 먹어서인지 몸이 무겁다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은 사라졌다. 사라졌다는 것보다는 덜한 기분이 들었다. 약을 먹고 바로 약 효과가 나타날 리가 없다. 이건 단지 플라시보일 것이다. 태양은 그야말로 내일부터는 더 이상 이글거리지 않을 것처럼 격하게 타올랐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뜨거운 태양 밑에서 장을 보고, 태양의 열기에 자동차 열기까지 겹친 곳에서 일을 하고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도로를 건너 다니거나 건물 안에서 밖에서 우르르 나오기도 했다. 움직이는 초현실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마동은 사무실로 가기 위해 천천히 그늘을 따라서 걸었다. 도로의 가장자리에는 불법주차를 단속하기 위해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마련해서 요금을 시간제로 받고 있었다. 구청은 그렇게 주차요금으로 받은 자본은 불우이웃에 돕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어딘가로 흘러 들어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역시 검은 음료의 재료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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