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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5.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1

2장 1일째


61.

 약의 종류는 정말 5만 가지만 있을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역시 그다음을 생각하기를 마동은 포기했다. 약사는 돌아서서 약품을 보고 있던 마동을 불렀다. 약사는 약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마동은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약사는 마동에게 냉장고에서 시원한 비타음료를 하나 꺼내서 서비스로 건네주었다.


 “약사님도 지금 밖에 나가면 태양이 몹시 뜨겁다고 느낍니까?” 마동의 질문에 변하지 않을 웃음을 지닌 약사의 표정이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니까 못 견딜 정도로.” 질문이 좀 이상했지만 어차피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상관없었다. 말라서 뼈가 살갗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광대를 실룩거리는 약사는 흥미로운 듯 마동을 쳐다보았다.


 “그럼요, 여름이니까요. 저 온도에 누가 견디겠습니까. 연일 일사병으로 누군가는 쓰러지고 뉴스에 보도되는 현실입니다. 가장 무더울 때 아닙니까. 그래서 저기 주차요원이나 시장바닥에서 장사를 하는 할머니들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약사의 말에 마동은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다음 주면 사람들 대부분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까 하는데요. 우리도 다음 주에 갑니다(웃음). 태양은 매년 더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73년 만의 더위라고 하던데요. 사람은 매년 뜨거워지는 밖으로 나가고 말이죠(웃음).” 약사는 고객 유치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마 잠이 들어도 그런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안면근육의 이상으로 약사는 더 이상 그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게 되어버린 조커가 떠올랐다.


 마동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과시간에 집중하여 작업을 하려면 입맛은 전혀 없지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대로변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려고 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시간은 모두 일을 하는 시간이어야 했지만 마동의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도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우아하게 시간을 들여 외식을 하고 쇼핑을 즐겼으며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졌다. 생산과 소비가 눈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동은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은 곳을 찾아서 가려했지만 일반 회사원들과 점심을 밖에서 때우려는 사람들로 식당 역시 북적였고 카페 안에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음료를 마시기 위해 필사적으로 줄을 서 있는 모습에 머리가 더 아파왔다. 회사의 식당은 시간상 음식을 다 치웠을 것이다. 태양은 눈부심을 넘어섰고 열기가 너무 뜨거워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몸이 냉했다. 마동은 아까 그 만두집에서 만두를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식당으로 마동은 가고 싶었다. 만두 모녀가 앉았던 식당의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마동은 치우지 않은 만두통과 물 컵과 단무지가 담긴 작은 그릇을 한 곳에 모아서 홀에 보이는 주방의 선반에 올려놓았다. 씻지 않은 식기들 위로 파리들이 자신들의 세상인양 비행을 하고 있었다. 마동은 테이블에 앉아서 주인을 불렀다. 주인은 누가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왔지? 하는 표정으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어디선가(마치 만화에서 악당이 갑자기 등장하듯) 나타났다. 주인은 남자였고 오십은 족히 넘어 보였지만 더 이상의 나이를 감지할 수는 없었다. 눈썹 위로 두건을 쓰고 있었다.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그 불안해 보이는 얼굴은 억울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마동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이 사람도 나를 구청 직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얼굴을 하고 얼굴의 억울한 표정은 마동이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만두 한 접시 먹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목소리가 쇠했다.


 “아, 예, 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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