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후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후기
책을 덮고 나니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들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따뜻함도 물려 왔다. 마치 예전의 스필버그의 영화 A.I를 보고 난 뒤 따라다니는 이상하지만 찝찝한 행복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가슴 저 밑바닥에는 아직 아이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그러다가 힘들 때마다 그 부분에 꽃을 심고 연못을 가꾸고 통나무집을 짓는다. 어른 속의 아이의 정원을 만들어 놓는다.
비밀의 정원. 나만의 정원.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뎌야 할 때, 버텨야 할 때 그 정원으로 들어가 안정을 한다. 그러나 완벽한 정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른이 되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닳아서 인지 아이의 정원은 늘 흐리다. 나무가 있고 꽃밭이 있지만 나비는 없다. 조금은 삭막이 정원에 도사리고 있지만 아이의 정원을 찾게 되는 건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만의 정원.
그러나 그녀는 내 옆에 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행복했지만 그럴수록 행복 뒤에서 손을 잡고 따라오는 쓸쓸함이 내내 들었다. 행복함은 편안함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밴드가 새롭게 앨범을 낼 때 큰 변화 없이 이전의 기저를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연결 짓는 편안함이 나는 좋다. 그 편안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편안함의 한 손을 잡은 건 쓸쓸함 이기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 옆에 있지만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곁에 있어서 나를 알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이 모든 것이 유전자처럼 이미 정해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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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 Mobley & Sonny Clark - Deep In A Dream
https://youtu.be/dJ6TWkkTInY?si=2kMYgQ1kCsIVsox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