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에세이 - 슬픈 외국어

숏컷 시사회 후기

by 교관
깨끗한 채로 나타났네


이 책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안녕! 하면서 책장 저 밑 어둠의 구석에서 기어 나왔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 에세이는 먼 북소리 다음에 쓴 해외 체류기 정도 된다. 먼 북소리가 인사 정도의 유럽 여행기라면 슬픈 외국어는 본격적인 미국 체류기, 미국 생활기 정도 될 듯하다.


책갈피로 스벅 페이퍼를 사용했는 모양인데 연도가 2010년인걸 보니 그때쯤에 읽은 것 같다. 이 에세이에는 미국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보스턴 마라톤이나 미국적 속물근성이나 미국 재즈와 프린스턴 대학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일 재미있는 챕터는 하루키가 영화 [숏컷] 시사회를 보고 난 후의 이야기다. 영화 숏컷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하는데 재미있다. 그 이유는 나도 숏컷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숏컷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로 이 감독의 영화가 대체로 재미있다.


영화 숏컷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들을 엮어서 만든 영화다. 주 골자는 가장 유명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소설이고 그 외 카버의 여러 소설들이 영화 속에서 에피소드 식으로 나온다. 엔디 맥도웰, 줄리안 무어, 메들린 스토우, 팀 로빈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명배우들의 초년병 시절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 20대 줄리안 무어의 깨알딱 벗은 모습이 가리는 거 없이 적나라하게 나와서 놀랐다.


이 영화는 세 시간이 넘는다. 그런데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좋아하고 알트만의 영화를 좋아하면 하루키의 말대로 세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하루키는 시사회에서 숏컷을 봤는데 알트만이 직접 나와서 세 시간이 넘으니까 각오해라,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밑의 사진에 있다.


이 영화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 몇 편을 모자이크 식으로 구성해서 만든 것인데, 상당히 변형되어서 대체 몇 편이나 되는 카버의 단편이 삽입되었는지 쉽사리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을 꼽아 가며 보았는데,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따져 보니까, 전부 아홉 개였다.라고 하루키가 말했는데 이때에는 아직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했을 때였을 것이다. 시사회고 그러니까.


그런데 정확히 숏컷은 카버의 소설 9편을 엮어서 만들었다. 하루키 사마 스고이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하루키 이야기.

에세이 속에는 알트만 감독과 레이먼드 카버의 티키타카도 있어서 재미있다. 레이먼드 카버는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그 큰 키의 몸을 굽혀 비엠다블유 차 안에서 쪼그려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레이먼드 카버는 모두가 알겠지만 시를 쓰고 싶어서 단편 소설로 기초를 다졌다. 비엠다블유 차 안에서 몸을 구겨서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써서 처음으로 산 비엠다블유차라서 굉장히 기뻐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스승은 존 가드너로 알고 있는데 그의 소설 '그렌델'은 아주 좋은 소설이었다.


이렇게 젊은 하루키의 얼굴이
시사회를 본 후기 같은 에세이
숏 컷

https://youtu.be/ePyhGz9_RCI?si=d3y1HGWrosZko8ho

TrailerTrackerEnglish
메들린 스토우와 팀 로빈슨
넌 나중에 아이언 맨이 된다
어떤 블로그에서 퍼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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