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
하루키 에세이 – 낙지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
낙지를 가끔 먹다 보니 낙지에 대해 쓴 작가들의 재미있는 글들이 있다.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의 저자, 니시카와 오사무가 한국에서 낙지를 먹고 그 느낌을 자신의 책에 서술했다.
[젓가락으로 집었더니 접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중략) 씹을 때의 촉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쾌하다. 접시 위에서는 짧게 토막이 난 낙지의 다리가 한 마리 긴 애벌레처럼 여전히 꿈틀거린다. 블랙유머 같은 느낌이 든다. 가나자와에서는 그릇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투명한 방어를 산 채로 먹어본 적이 있지만 그보다 몇 배는 더 유머를 느끼게 하는 음식이다.]
미식의 나라 일본에서도 산 낙지는 정말 블랙유머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올드 보이에서 산 낙지를 먹는 오대수의 그 장면은 훗날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 콩, 킹콩이 거대한 문어를 씹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대수가 낙지를 뜯었던 그 시퀀스대로 오마주를 했다. 감독은 그 장면뿐 아니라 톰 히들스턴이 무기를 휘두르는 장면도 오대수를 오마주 했다. 초반 섬에서 청년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은 영화 놈놈놈을 오마주 했고, 등장하는 스콜크롤러의 외형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후에 이런 사실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시 산 낙지 이야기로 돌아와서, 하루키도 ‘일상의 여백’에서 하와이 사람들이 낙지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데 읽어보면 유머러스하다.
[집에 갖고 가서 일단 세탁기에 집어넣어 세탁해 버린다. 그리스에서는 잡은 낙지를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 부드럽게 만들지만 미국의 낙지잡이는 그런 야만스런 짓은 하지 않는다. 시어즈 전자동 세탁기의 헹굼이나 탈수 스위치를 눌러 덜그럭 덜그럭 하고 나서 그것으로 끝난다. 보고 있노라면 낙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생각해 봐라. 기분 좋게 잠을 자고 있다가 끌려 나와 아니 이런, 하고 생각하고 있을 동안에 ‘탈수’ 당하면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그런 식으로는 죽고 싶지 않다.]
하루키의 그렇지 않은 척 그런 유머스러운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낙지가 되어 양팔과 두 다리를 쭉 뻗고 탈수기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된다.
쓸데없이 문득 든 생각인데, 김신영이 예전에 살을 뺀다며 할머니한테 풀만 먹을 거야,라고 하니 할머니가 야야 코끼리도 풀만 먹는데 몇 톤이데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네.
FKJ - Ylang Ylang https://youtu.be/EfgAd6iHApE?si=--OR0uMZGuj80i-2
음악은 FKJ로 프랑스 음악가로 이런 전자음악 장르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나이도 많지 않은데 음악이 정말 좋다. 이름의 뜻은 프랜치 키위 주스다. 올초 내한공연 다녀온 사람들이 부러워. 암튼 음악이 나른하면서 묘한 게 요즘 듣기 좋은 거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