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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8. 2023

숲 속의 사람들과 날개 달린 개미에 관한 이야기 2

소설


2.


시외버스는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시외버스의 장점은 도심지를 벗어나 외곽지역으로 빠져 마을마다 전부 정차를 한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 시골의 시장까지 들어가는데 그런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지나치면 기억에서 사라질 정경이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슬아슬한 개울을 지나서 가기도 하고, 오래된 역사를 지나서 구불구불 돌아서 마을마다 정차하여 사람들을 내리고 사람들을 태웠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사람들의 승하차가 있은 후 국도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정도 달려간다. 단점이라면 장점과 같다는 점이다. 모든 정류장에는 전부 정차를 했다.     

 

[동생은 그때 12살이었어]     


명수가 최초로 동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가 1년 전이었다. 명수와 나는 1학년 때에도 같은 반이었다. 명수는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로 2학년 선배들에게 불려 가서 클럽활동을 강제로 권유받았다. 하지만 명수는 클럽활동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선배들의 말을 듣지 않다가 구타를 당했다. 그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늦게 까지 명수를 기다렸다. 명수는 씩씩하게 걸어오면서 클럽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얼굴은 엉망이었지만 명수는 기분 좋아 보였다.


명수가 중 3이었을 때 친구들과 노는데 동생이 따라온다는 거였다. 명수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는데 동생이 따라와도 명수는 같이 놀아줄 수 없다며 집에 있으라고 했다. 동생은 심심하다며 결국 명수를 따라나섰다. 명수는 학교에서 축구를 했다. 전반전이 끝났다. 전반전을 뛰는 동안 동생은 가만히 있기 너무 심심했다. 동생은 명수에게 자신에게도 공을 달라고 했다. 명수 친구가 공은 저기 체육관 지하실 창고에 많으니까 가서 하나 들고 오라고 했다. 동생은 신이 나서 체육관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그 안에는 농구공, 축구공, 배구공 등 많은 공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럭비공이었다. 럭비공을 가지고 놀다가 떨어트렸는데 땅이 닿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동생은 그쪽으로 럭비공을 찾으러 갔다. 그때 학교를 순찰하던 경비아저씨가 창고가 문이 열린 것을 보고문을 닫고 불을 껐다. 그리고 올라가 버렸다.    

  

명수가 동생을 찾았을 때 이미 동생은 어둠에 잠식된 상태였다. 얼굴은 엉망이었고 극도의 불안에 떨었다. 집에서도 구석에 몸을 말고 몇 시간이나 있었다. 정밀검사를 한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 자극이 심해서 해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동생의 증상은 심해졌다. 일단 어둠을 너무 무서워했다. 동생은 불을 끄고 잠들지 못했으며 낮에도 집의 모든 전등을 켜 두어야 했다. 혼자일 때는 허공을 보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으며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같이 있는 이이게 히스테리를 부렸고 공격적이 되었다.


낮에도 밤에도 전부 불을 켜놔야 하는 문제는 아버지와 마찰을 겪게 되었다. 어느 날 정전이 되었다. 동생은 암전 된 집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동생은 통원치료가 불가능했다.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동생은 학교형 요양시설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불을 마음껏 켜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공부도 할 수 있었다. 동생과 비슷한 아이들이 많았다. 동생은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많이 안정이 되었다. 동생에게서 더 이상 히스테릭한 반응이나 혼잣말 그리고 무서워하는 어둠 앞에서 한 없이 초라해지지 않게 되었지만 동생은 집으로 오지 않고 시설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요양소는 터미널에서 내려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들어가야 한다. 숲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학교형 전문 요양소였다. 가방을 하나씩 울러 매고 시설로 가는 동안 명수의 말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4월이라 숲 속의 모든 꽃들이 활짝 피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꽃은 숲보다는 인간 가까이 있는 화단이나 사람의 손을 거친 도로변에서 많이 피었다. 숲 속에는 풀과 나무가 그 세계를 점령하고 있었다.   

   

시설은 너무나 깨끗하고 좋았다. 리조트라고 해도 믿을 것만 같았다. 시설로 들어가면 큰 연못이 있었다. 주위에는 벤치가 있고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면회를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명수가 동생을 만나러 가는 동안 늘 여기서 기다렸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 속에 어떤 호러블 한 기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건 사람들에게서도 그랬다. 여기서 보는 요양소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뇌에 문제가 생겨 누군가를 공격하고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을 끊임없이 뱉어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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