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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마동의 이야기를 조금은 심각하게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집중을 해줬고 옆에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진지했다. 마동은 현재 소피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성인으로 살아가기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아프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부모나 형제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마동은 인간관계가 협소할뿐더러 친구도 없다.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디렉트메시지: 내가 작업을 했지만 그렇게 처음부터 완벽하리만큼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무엇인가에 의해서 불려 나왔는지도 몰라. 보통 사람에겐 여러 개의 인격체가 있다고 하잖아.
디렉트메시지: 동양의 친구. 맞아, 인간에게는 에고가 있고 그 속에 잠을 자고 있는 슈퍼에고가 있어. 오래전엔 그러니까, 세상이 지금처럼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때에는 인간이 보통 이중인격을 지니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인간에게 다중적 인격이 존재해서 범죄의 성향도 날이 갈수록 꽤 다양해지고 눈뜨고 보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지. 그럼 동양의 친구도 그런 의미에서 다른 에고가 무엇에 의해서 깨어나서 당신을 대신했다는 말이군.
소피의 말을 들은 마동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섹스를 나누고 난 후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소피에게 말을 해봐야 했다. 그때 웅성웅성하고 희미하지만 윙윙거리는 이명이 점점 다가와 귓전에서 몹시 크게 들렸다. 마동은 휴대전화를 한 손에 쥔 채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도대체 이렇게 크게 들리는 이명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명의 소리는 소용돌이처럼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소리로 거세게 귀 속을 파고들었다. 이명은 일정하지 않았다. 방향도 제멋대로였고 마구잡이로 들리는 소음이었다. 마동은 머리가 어지럽고 터질 것 같았다. 체내의 내장기관과 장기들이 전부 거꾸로 움직이며 괴로웠다. 순간 몸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듯 뜨겁게 타올랐다가 이내 썰물처럼 물러가더니 극심한 한기가 몰아쳤다. 동공에 압력이 들어와 조금만 움직여도 눈동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형광등의 빛이 하나의 점으로 모아졌다가 갑자기 확 산란하면서 온통 눈부신 빛으로만 세상이 보였다.
마동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손가락과 발가락의 뼈마디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어떤 이가 칼을 들고 마디를 썰어대고 있는 것이다. 아픔과 고통이 너무 혹독하여 신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줄 톱으로 몸의 이곳저곳을 끊어내는 고통이 마동의 온몸을 급습했다.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러한 마동의 아픔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인들은 노인대로, 학생들은 학생대로 그저 차례를 기다리며 무료한 대기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병원대기실에서는 여전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사오 사사키의 다른 곡이었다. 웅성웅성하는 일그러진 소리 속에 음악소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옆에 잠이 든 아내가 눈을 뜨고 이빨을 갈아대는 소리처럼 불길하고 기분 나쁜 잡음이 마동의 귀를 통해서 계속 전해졌다.
마침내 이빨은 마동의 머리뼈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기이한 소음이 바늘이 되어 마동의 여러 곳을 세차게 찔렀다. 마동은 치아를 있는 힘을 다해 꽉 깨물었다. 머리를 짓이겨 놓을 만한 무시무시한 이명을 방어하기 위해 마동은 더욱 있는 힘을 다해서 치아를 깨물었다. 머리통이 심하게 조여 오고 몸이 떨렸다. 치아를 얼마나 힘 있게 깨물었는지 입안에 감각이 모조리 빠져나간 것 같았다. 마동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즉각적인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였지만 궁극적인 원인이 없다는 것이 기이할 뿐이었다.
몸의 구석구석, 마디마디가 고통으로 쥐어짜는 소리를 냈고 눈은 금방이라도 빠져나올 것처럼 아팠다. 이빨을 힘 있게 깨물고 생각을 향해 집중을 했다. 어딘가 하나의 생각을 끄집어 내와야 했다. 이명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하나의 생각, 생각은 기억을 떠올리려 기계를 힘 있게 돌렸지만 기억의 대부분은 뿌연 막처럼 희미하거나 보이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