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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1. 2020

맛있는 문어

음식 에세이

울진에서 문어가 날아오는 날이면 삶아서 기름장으로 먹는다. 오물오물 씹고 있으면 맛이 좋다. 내가 있는 곳 역시 어촌이지만 문어가 잡히지 않는다. 선명한 빨판이 오종종한 문어에서는 기품까지 느껴진다.

문어는 바다의 귀족이라는 음식이다. 세월이 흘러도 다른 식재료에 비해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것이 문어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는 문어는 돌문어다. 돌문어는 포항 호미곶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문어는 오래전에 낚시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정어리를 넣은 통발 작업 방식이다. 예전에 비해서 잡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서 문어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곧, 문어도 고래처럼 나라에서 그만! 하는 날이 올 것 같다.


사시사철 잡히는 것이 문어인데 한국에서는 겨울철에 잡히는 문어를 최고로 쳐주고 있다. 제사상에 올라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종 문어를 보려면 포항의 죽도시장에 가면 된다. 그곳에 가면 세상의 문어는 다 있는 것 같다. 살아있는 문어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삶아 준다. 차 안에서 집으로 오면서 오물오물거릴 수 있다.

호미곶 근처는 바위와 암초가 많아서 문어의 움직임이 많아 돌문어의 살이 맛있다고 한다. 가끔 다리 한두 개가 짧거나 끊어졌거나 하는 문어가 있다. 문어는 물이 아주 차가워지면 이동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쫄쫄 굶게 된다. 그러다 배가 너무 고프면 자신의 다리를 뜯어 먹는다. 생존의 본능이다.

문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내장을 빼 내고 그대로 삶아서 그냥 먹는 것이다. 간혹 초장에 찍어 먹는 사람이 있는데, 초장에는 마분지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 지우개를 초장에 찍어도 꽤 맛이 좋다. 문어의 맛을 느끼려면 초장을 멀리하라.

문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우리나라에서 문어로 유명한 곳은 생뚱맞게도 내륙지방의 영주다. 영주에는 '문어오림'으로 문어가 아주 유명하다. 영주에서 문어는 양반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었다.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문화인데, 기차가 나오고 나서 포항에서 잡힌 문어는 기차를 타고 영주로 많이 운송되었다고 한다. 영주에서 제사상 위에 문어가 올라갔다.

영주에 가게 되면 번개시장에 들르는데, 번개시장은 말 그대로 장을 열었다가 빨리 끝난다. 번개처럼 팔린다고 해서 이름이 번개시장이 되었다. 번개시장에도 문어가 가득하다. 그런데 포항의 죽도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번개시장의 문어는 모두 삶아서 숙성을 시킨 문어들이다. 숙성된 문어는 숙성된 소고기처럼 맛이 좋다. 영주는 제사상에 오징어 대신 문어가 올랐고, 번개시장에서 팔다가 남은 문어는 말려서 그것을 가지고 꽃의 모양도 만들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제사상에 올렸다. 그것이 문어오림이라는 것이다.

문어는 바다에서 와서 육지에서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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