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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1. 2024

기생수 더 그레이

재미있으셨습니까

이 이야기는 원작을 리메이크 한 버전이 아니라 일본과 무관하게 한국에서 기생수가 인간의 몸에 기어 들어가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니까 원작(중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신이치 반 친구가(안경 낀 마사토? 뭐 그런 이름의)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동강동강 나서 죽어나가는 시체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한다. 신이치가 범인은?라고 물으니 그 친구가 아직 잡히지 않았고 단독범이 아니라 광신도 컬트 집단의 여러 명이지 않을까라고 한다.


거기서 이번 한국 버전을 보면 된다. 기생수들이 여러 나라에 떨어졌을 때 한국에도 떨어졌고 일본 원작에서는 기생수들이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한 놈이 파티 장에서 그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일본보다 빨리 더 그레이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그런 점에서 이단종교가 이번에도 등장하기에 연상호가 사이비 종교를 놓지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뻔했으나 원작에서 그런 빌미를 흘렸다고 받아들였다.


날아가다가 한국판 기생수(는 이름을 뭐로 부르지? 원작은 ‘오른쪽이’인데 아직 2화까지 밖에 못 봐서 그런지 얼굴 반이 기생수의 이름이 없어)에게 죽는 기생수가 죽으면서 너는 ‘악’이라고 했다.


원작에서 오른쪽이는 신이치가 잠들어 있을 때 혼자 열심히 인터넷으로 공부를 한다. 그중에서 ‘악마’에 대해서 공부를 했는데 가장 악마에 가까운 존재가 인간이라고 말한다.


기생수들은 인간을 잡아먹지만 그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오직 먹을 게 인간이기에 죽여서 먹을 뿐인데 인간은 인간을 먹지도 않으면서 괴롭히고, 폭행하고, 강간하고 가지고 놀다가 죽인다고 한다. 인간이야말로 가장 악마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더 하다. 악마들이 얼마나 많나. 그래서 현실을 9 하려고 주먹을 불끈 쥐고 나타나서 느그들 쫄았제 라고 일깨워주기도 했으니.


원작 오른쪽이의 어린이 같은 목소리에 냉정함이 뚝뚝 묻어나는 게 좋았는데 한국 기생수는 그 점이 아쉽다. 아직 2화까지 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리즈라 긴 이야기로 늘려 더 흥미로운지 지루한지 한 번 보자.  


원작 영화처럼 잘리고 썰리고 날아가고 하는 거, 좀 더 직설적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 기생수인데 담백하게 말고 자극자극자극적으로 가자 - 4월 5일



까지 쓰고 이후 이틀에 걸쳐 마지막까지 봤다. 스포일러 왕창이니까 시리즈가 궁금하신 분들은 읽지 마시길. 다 본 결과 원작보다는 못하고 흥미가 느껴지지 않다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흥이 올라왔다. 마지막 1분. 신이치가 나타나서 “당신 뭐야?”라고 말하는 더 그레이 팀장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끝나는 그 마지막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


기생수는 88년에 나왔다. 오래된 작품이다.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기생수의 세계관에서 기생수가 어째서 인간의 몸에 기생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기생하는 동안 인간처럼 보여야 하기 위해서 인간사회를 학습하는 것들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생수가 왜 인간을 알아가야 하는지, 인간사회를 학습하는 모습을 더 그레이에서 굳이 자주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만약 이번 더 그레이로 기생수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런 장면을 넣었다면 일본 영화판처럼 한 장면으로 함축적이게 확 보여주는 연출이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머리를 점령한 기생수가 티브이 앞에서 인간 사회를 학습하다가 아이들이 오니까 얼굴이 변하면서 다음 장면으로 전환된다. 전부 시체가 되었고 그 한 장면으로 보는 이들이 대번에 기생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가장 별로인 건 수인이와 기생수 하이디인데, 기생수로 변한 구교환 누나가 하이디에게 어쩌고 해서, 그래서 너는 강하구나,라고 한다. 그런데 하이디가 강한지 그게 시리즈 내내 나타나지 않는다. 15분 정도 활동 할 수 이는 하이디는 그 시간 동안 모든 칼부림을 한다는 말인데 원작의 신이치의 ‘오른손이’처럼 변종이라 자신과 신이치를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강해지는데, 그에 비해 수인과 하이디는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몸놀림과 칼부림을 할 뿐이다.


신이치는 오른손이의 세포를 받아서 심장을 살린 다음에 3미터 높이도 뛰어오르고, 오른쪽이와 함께 창을 던지는데 - 학교 옥상에서 저 아주 멀리 있는 다른 건물에 있는 기생수에게 정확하게 던질 정도로 강화된다. 하지만 수인은 전혀 그런 게 없다. 움직임도 그냥저냥 일반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 어딜봐서 하이디가 특별하게 강한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기생수가 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기계음처럼 동일한데 하이디까지 그렇다는 건 너무 이상하다. 변종이 아닌가. 변종인 하이디까지 다른 기생수와 같은 목소리 톤으로 말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리즈라 긴 호흡인데 기생수가 말하는 생존과 사람의 생존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을 대화로 주절주절 하는 게 별로였다. 그저 먹고 살아가야 하는 것을 생존으로 받아들이는 기생수와 인간의 생존이란 사회에서 따돌림당하지 않으며 인관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이 생존이라는 것을 짧은 대화로만 끝내버리는 건 잘 와닿지 않는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타미야 료코가 자신의 몸을 실험을 하여 인간에 대해서 알아간다. 인간에게 기생하면서 인간을 먹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 인간의 몸에서 떨어져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그리고 남자와 잠을 자면서 아기를 가진다. 아기를 잉태하여 10달 동안 몸의 변화를 느끼고 아기라는 존재와 교감을 하고 나중에 그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맞고 죽는다. 그때 타미야 료코의 대사가 좋다. 그게 애니메이션이고 영화지만 눈물까지 났다.


다양한 기생수의 모습이 나오는 원작에 비해서 더 그레이의 기생수는 다 똑같다. 전부 머리가 그렇게 변해서 상모 돌리기나 한다. 이게 소리만 강하지 사실 그렇게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이정현이 맡았던 팀장과도 수없이 마주치는 장면이 나오고 기생수가 촉수를 휙휙 날리지만 이정현의 느릿한 몸놀림으로도 다 피한다. 2화까지 보고 한 말이지만 기생수니까, 그리고 넷플릭스니까 자비 없이, 무자비하게 마구 인간들을 쓸어 버리는 장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고작 권해효와 김인권의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이 그게 다다. 기생수가 인간들을 먹고 있다는 것도 대사로만 끝낸다. 기생수 세계관의 철학적인 대사들도 여기서는 신파에 가깝게 들린다.


구교환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구교환은 구교환했다. 구교환은 표정도 좋고 연기도 잘 하지만 구교환이 나오면 좀 다 엇 비슷하다. 그래서 재미있고 좋다. 그래서 디피에서 정말 재미있었다. 구교환이 구교환에서 좀 벗어나서 연기한 괴이는 그래서 실패했다. 이번 기생수에서도 구교환이 구교환해서 재미있었는데 구교환만 재미있다는 게 문제다. 구교환을 빼고 모두가 심각하니까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구교환 캐릭터가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없어도 되는 존재같다. 여기 캐릭터들은 대체로 영화 반도에서 나온 캐릭터를 서로 바꿔 가면서 하는 느낌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별로일 것이다. 모든 것이 별로다. 액션도 대사도 던지는 메시지도. 하지만 기생수 세계관이 처음이라면 그냥저냥 볼 만하다.


https://youtu.be/SurkFjqVfRc?si=ZiKahtHK5LLyR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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