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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2. 2024

수 술, 움직이지 마!

단편 공포영화 두 편

수술


https://youtu.be/7hC8yV1HP9Q?si=fI8jCI3DDb9vvghB

펄프픽션 PULP FICTION


작년에 나온 단편영화 [수술]이다. 미수는 외모콤플렉스가 있다. 학창 시절에 못 생겼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는데 트라우마가 크다. 미수는 불법 성형수술하는 곳에서 의사에게 수술을 하기 전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를 한다. 거울도 못 보고, 예쁜 애들이 자신을 놀리는 게 너무 싫었다. 사실 예쁜 애들을 따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의사는 미수의 말을 다 들어준 다음 컴퓨터 화면으로 수술 전과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때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읭? 뭥미?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 반전은 몸값의 반전만큼 반전이 강하다. 외모는 중요하다. 외모가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일단은 주목받는 세상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다.


오늘도 한 남성과 눈썹문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눈썹이 잘 정리가 되면 상대방에게 호감을 준다. 그러나 눈썹문신을 잘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면 망한다. 그래서 잘하는 곳에서 받아야 하는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예약을 하고 그만큼 기다려 시술을 받을 정도의 보람이 있다. 남성과 이야기를 했지만, 물가가 살인적으로 올라 먹고살기가 힘들어도 눈썹문신에 들어가는 18만 원은 기꺼이 낼 수 있는 시대다.


미수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일까. 짜릿한 환상을 준 단편영화 [수술]이었다.




"Don't Move"

https://youtu.be/f9jd6lyGvMI?si=5lK3OgfF_kip-qt5

Bloody Cuts Films

10분짜리 단편영화로 고어적인 부분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버무렸다고 생각이 든다. 나처럼 영어 몰라도 대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냥 보면 된다. 친한 친구들끼리 게임으로 그만 악마를 불러내는데 움직이면 악마에게 죽고 만다.


정말 친한 친구들인데 점점 한 명씩 악마에게 죽어나가고 나중에 딱 둘 만 남게 되는데 사랑과 우정보다 내가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악마에게 당하게 되고 마지막에 남은 주인공은 안심을 한다. 왜냐하면 악마는 마지막 한 명은 죽이지 않는다.


그런데 술에 취해 푹 잠들어 있던 친구가 깨어난다. 자신이 마지막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지막 악마에게 죽을 때 고어적이다. 얼굴가죽이. 아무튼 움직이면 죽는 그런 내용이다. 나는 이런 영화를 보면 군대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입소하고 무시무시한 내무반 생활에서 가장 긴장 타는 시간이 점호시간이라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


조교가 막 눈까리 돌리지 마랏, 눈까리 돌리다 걸리면 죽는다!라고 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엄청 잡는다. 사회에서는 이렇게 로봇처럼 가만히 있는 경우가 없는데 훈련소에 와서 모두가 하니까 얼어붙어서 앞만 보며 가만있는다. 남자들은 알지?


그래서 열중쉬어해서 가만히 앞만 보고 있는데, 그때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거리는 그 묘한 흥분이 있다. 조교나 소대장이 앞에 있을 때 특히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거린다. 절대 움직이면 안 되는 시간에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면 그 쾌감이 크다. 난 뭐 그랬다.


혹 그러다가 걸리면 죽음이지만 죽음직전에 누릴 수 있는 쾌감 같은 걸까. 아무튼 자대에 가서 신병 때에는 더 움직일 수 없다. 훈련소에는 다 똑같은 입장이니까 견디는 게 쉬운데 자대에 가서 신병이 되면 혼자니까 미치는 거다. 앞만 보며 가만히 각 잡고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때에도 바로 옆에 고참이 있을 때 손가락을 꼼지락. 들키면 죽는다. 하지만 꼼지락 거린다. 몸부림 같은 거다.


이런 영화를 보면 악마가 있다는 세계관은 사후세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저 게임으로 불러낸 악마에게 죽는다면 죽은 사람도 역시 사후세계를 가거나 악마만큼 힘은 업을지라도 영혼으로 다시 일어나 악마에게 덤벼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늘 든다.


게임으로 악마를 소환했을 뿐인데 악마에게 죽는다면 죽은 자는 얼마나 억울한가. 그래서 원한을 사고 죽어서 복수하는 우리나라 예전 귀신들이 훨씬 설득력이 좋았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들이 대부분 쓸데없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전부 각각의 사정이란 게 있다.라고 주위에게 이야기를 하니 너는 이상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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