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9

233

by 교관


233.


마동은 의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했다. 분명 이 의사가 하는 말은 마동 자신과, 자신의 무의식과 연관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보통 눈에 보이는 것으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게 됩니다. 망막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시신경계에 전달하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죠. 그 외의 것은 보지 못합니다. 보려고도 하지 않죠.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정보, 팩트라고 여기는 부분과 팩트 사이의 구멍은 그저 하나의 검은 점으로 메꿉니다.”


마동은 집중했다. 의사는 신뢰가 가득한 마동에게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려 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한 명확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인간은 놀라운 망각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 이외에는 잊어버리게 만들죠. 인간은 폭력을 좋아합니다. 폭력 속에서 폭력이 지니는 미학에 매료되어 사람들은 폭력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정당하다는 이유에서 자행되는 폭력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정당하니 권장하는 풍토가 되었습니다. 강도가 뒤에서 자신을 덮쳤거나 하는 경우에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 나오는 형태의 폭력은 정당합니다. 누구의 도움을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큰일을 당합니다. 도움이라는 것은 도와주는 이들이 자신의 입장을 한 번 고려해 본 다음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한 발 늦어집니다. 이렇게 정당한 폭력은 언론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에게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언론 위에는 누가 있겠습니까.”


의사는 잠시 마동의 눈동자를 살폈다. 살피는 의사의 눈은 깨끗하고 하얗다. 어떤 썰매도 아직 달리지 않은 순수한 빙판 같았다.


“그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서 폭력을 조장하고 있어요.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흡수해 버리고 말죠. 정당한 폭력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정당한 폭력이 개인의 전부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모두의 일부라도 되어서는 안 되는데 자본주의는 조장을 합니다. 나쁜 사람은 사건사고로 뉴스에 보도된 사람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나쁜 사람은 필요악처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죠. 나쁜 짓을 하되 법을 피해 가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서 있는 이곳입니다. 대부분 뇌의 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얼마나 더 사용이 가능할까 연구를 하지만 기능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건 진화와 변이의 문제입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죠.”


의사는 마동의 오른쪽 눈동자를 살폈다.


“만약 인간이 뇌를 90%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눈에 보이는 너머의 진실을 보게 됩니다. 초월적인 능력이 생겨나죠. 타인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고 세포의 움직임과 항체를 일일이 뇌가 자의적으로 관장을 하게 되어서 충격에 의한 상처나 굴절도 막을 수 있거나 더 빠르게 치료가 가능할 것이며 작은 전기 자극에도 뇌가 반응을 해서 인체를 전도체로 사용가능하게도 될 겁니다.”


의사는 차분하게 말했다. 공상과학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의사는 침착한 말투였으며 침착한 표정으로 침착해 보이지 않는 마동에게 이야기를 했다. 침착함은 의사의 입에서 나와서 마동에게 전해졌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들이 가능하죠?”


마동도 침착성을 유지하려 애쓰며 의사에게 물었다. 주스 덕분에 입이 마르는 현상은 없었다. 주스의 맛을 생각하니 배속에서 주스를 더 달라는 요동이 태동했다. 어쩐지 주스는 과하게 마시면 안 될 것 같았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들이는 얼굴을 지닌 의사는 미소를 만들며 마동에게 말했다. 의사의 미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감을 지니게 만들어 버리는 마력적인 미소였다.


“우리가 흔히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폭력을 막아내기도 하겠지만 상상이상의 폭력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몇 명이 마음을 단합한다면 폭력을 조장하며 폭도가 난무하는 세상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어요. 초능력으로 전기의 흐름을 조절할 줄 안다면 말이죠.”


“우리는 모두 자기장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전깃줄 속을 다니는 전기를 제외하고 외부에 노출된 전기의 자기장이 많습니다.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면 전기 자극으로 텔레포트와 텔레파시가 가능할 것이고 대기 중에 산발되어 있는 미미한 전기의 미립자를 끌어 모아 물건을 들게 하고 쇠붙이를 공중이동 시킬 수도 있는 것이죠. 뇌의 기능이 더욱 발달되면 뇌사상태의 환자들의 말을 알아듣고 그들과 소통이 가능해질 겁니다. 뇌사상태로 죽어가는 자들을 살려 낼 수는 없으나 그들이 보내는 언어를 알아들어 가족들에게 유언이나 하고픈 말을 전달 할 수 있는 것이죠. 책 백 권을 읽으면 그 내용이 머리에 컴퓨터보다 더 잘 입력됩니다. 컴퓨터는 아직 숫자 1 다음에 2를 입력하지 않고 10과 11을 다음으로 입력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아주 완벽하게 오차 없이 기억을 하고 연산을 하게 됩니다. 다만 뇌의 기능이 격하게 올라가면 진화가 슈퍼 카의 속도가 되는 반면에 어떠한 부분은 치명적 퇴행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외부의 영향으로 뇌기능이 엄청나게 발달될 수도 있습니까?”라고 마동은 의사에게 물었다. 마동의 질문에 의사는 가만히 마동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마치 마동의 모든 것을 전부 알아보겠다는 듯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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