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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5. 2024

생수

수입생수 맛은 좀 다른가


미국영화와 미드를 보면 우리와 달리 생수를 마시는 장면이 거의 없다. 아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주로 수돗물을 받아서 마시거나 마초들을 수도꼭지에 주둥이를 대고 마신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 감이다.


생수가 없지는 않을 텐데 어째서 영화에서는 죄다 수돗물을 마시는 장면만 나올까. 우리도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수돗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균처리가 되어서 수돗물 자체는 마셔도 되지만 수돗물이 지나가는 관이 더러워서 수돗물을 못 마시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않지만 얼음은 수돗물로 얼리고, 라면도 수돗물로 끓여 먹는다. 그런데 어느 시점으로 누군가에게 라면을 꿇여 줄 때, 얼음을 커피에 넣어 줄 때 수돗물인데 괜찮으냐고 물어본다.


예전부터 있던 수많은 당연한 것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당연한 것들이 무너져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바뀌고 있다.


물을 사 먹는다고 했을 때 처음 반응은 왜? 였다. 물을 사 먹는다니.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단 말이야? 이게 말이 돼? 했었다. 집에서는 보리차를 마시고 밖에서는 물 한 잔만 줍쇼 해서 얻어 마셨다. 그랬는데 지금은 집집마다 있던 보리차가 싹 사라지고 생수가 냉장고를 점령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생수를 마시는데 우리나라 생수 공장은 끊임없이 땅에서 나오는 물로 생수를 만들고 있다. 끊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고도 신기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가격이 비싼 외국산 생수만 마신다. 뭐 이런저런 이유에서다. 눈여에서도 김지원 동생이 외국 생수만 마신다며 그걸 달라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튼 한국에서 나오는 생수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낫다는 말이다. 근데 수입되는 생수는 엄청난 배에 실려 적도를 건너온다.


적도를 건널 때 엄청난 열기를 견뎌야 한다. 거짓말 좀 보태서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때 실려있는 생수는 과연 최초에 담긴 그 상태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생수보다 비싸고 더 나은 외국생수는 그 열기를 뚫고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이런저런 이유에 해당되는 성분이나 뭐 이런 것들이 균열 나지 않을까. 맛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비싸게 돈을 주고 사 마실 정도로 이런저런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몸은 물로 되어 있어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 바다는 달의 영향을 받는다. 바다는 물로 되어 있다. 그럼 우리도 달의 영향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왜 물로 이루어진 인간은 달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달과 지구가 가까워지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의 변화로 인해 우리도 달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


갑자기 보리차가 마시고 싶다. 보리차는 김치처럼 집집마다 맛이 다 달랐다. 김치는 저 집 김치가 우리 집 김치보다 맛있기도 했는데 보리차는 우리 집 보리차가 최고였다. 여름에 땀 흘리고 시원한 보라차 한 잔이 주는 갈증해소가 있었다.


그러나 보라차는 없고 오늘도 생수를 마신다. 적도를 건너온 성분이 변해버렸을지도 모르는 비싼 수입산 생수를 마시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생수를 마시고 있다. 생수의 맛은 생수다울 때 가장 맛있다. 항상 시원하게 마시지는 않는다. 미지근한 생수가 나에게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오늘은 빌리지 피플이다 https://youtu.be/AO43p2Wqc08?si=tufdViDSwWB13K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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