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313.
“고마동 씨가 쓰러진 그 근처에서 세 명의 사채업자가 사라졌습니다. 마동 씨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갑니다. 게다가 사라진 사채업자의 대표는 마동 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박는개 씨의 양아버지였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류 형사가 마동에게 물었다. 마동은 류 형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석연찮은 부분이 많은 사건입니다. 박는개 씨의 어머니는 그 당시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고 하는데 실종된 박는개 씨의 양아버지는 주로 집에만 있었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그날도 집 밖에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집안에서 사라졌다는 말이죠. 감쪽같이.”
류 형사는 숨을 가다듬었다. 입에서 커피 향과 입 냄새가 섞여서 났다.
“매일 집에서 기거했고 집 밖에 나오는 일이 드물었던 사람인데 갑자기 실종이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귀중한 물건, 그 사람에게는 아마도 지갑 같은데 돈이 가득 들어있는 지갑을 그대로 놔두고 말이죠. 돈에 강박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지갑을 놔두고 사라졌을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미해결 실종사건으로 단락 지어졌습니다. 혹시 마동 씨는 알고 있었습니까?”
마동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지난밤에 알게 되었다. 는개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미궁 속과 같았다. 미궁 속의 이야기가 주위에서 오로라처럼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동을 찾으려고 는개는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지만 애를 쓴다고 해서 노력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는개가 마동을 만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꿈같은 것처럼 상징이라는 것은 쫓는다고 해서 손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상징이라고 불리는 꿈을 좇는 것과 꿈이 가리키는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노력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다. 미궁은 상징처럼 어느 날 불쑥 물보라 같은 얼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상징 같은 이야기를 마동은 는개에게서 전해 들었다. 기억이 전혀 없는 부분의 퍼즐이 메꿔지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마동의 피부가 아닌 것처럼 왜곡되고 기억에 기름칠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마동이 그동안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를 그의 앞에 있는 류 형사는 알고 있었다. 당시에 는개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형사는 그것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류 형사는 는개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고 마동은 그 미궁을 알아보기 위해 형사의 의식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니요, 몰랐습니다. 회사에서 그녀와 마주칠 일이 없었죠.” 는개를 여기에 끼게 할 수는 없었다.
류 형사는 그의 표정에 집중을 했다. 이번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판례도 없었고 사후처리에도 문제가 많았다. 바다가 끓어올라 죽어버린 50대의 시체 때문에 유가족은 보상 문제를 시청에 제기했고 그 문제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관할 수질 보건당국과 경찰 그리고 이 도시를 일으켜 세운 거대한 제조업 회사가 궁지에 몰렸다. 그들은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대동해 난관을 피해 갈 것이지만 그동안 고요하던 민심을 들쑤셔 놨다. 힘 있는 자들을 한꺼번에 건드렸기 때문에 불똥이 류 형사의 관할 서까지 튈 것이다. 류 형사는 앞에 앉아있는 호리 한 청년이 이 모든 사건을 일으켰다고 당연하지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용의자가 달랑 이 한 사람뿐이었다.
수사내용을 일반인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류 형사는 도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다. 평범함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개성이 없는 것과는 또 다르다. 평범함이 여러 개 모여 있으면 따분해서 미쳐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이 청년의 평범함에는 성격이 있었다. 표정에서 알 수 있는 인간의 감정적 변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의 표정을 평범함으로 덮고 있지만 결코 타인과 비슷한 평범함은 아니었다. 악마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마동에게 수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낱낱이 이야기해 준 다음 표정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표정의 변화를 캐치했다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마동과 이야기를 할수록 그 믿음이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류 형사는 마동과 대화를 하면서 마동이 용의자의 선상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고 거짓을 말했다. 그 부분에서 마동의 표정을 캐치해 내려고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평범하지 않는 평범함이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류 형사는 마동이 이번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이 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표정을 살피며 대화를 할수록 확실치 않았지만 구체성이 점점 엷어지고 사라져 갔다.
마동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순수하고 차가운 아이의 모습이었다. 류 형사는 현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마동의 눈빛과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마동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류 형사는 알 수 없었다. 점점 자신의 확신이 삭감되었다. 이 사건의 진척이 전혀 없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덮쳤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류 형사는 고마동의 눈에서 수빈이의 눈빛을 보았다. 발자국이 없는 하얀 눈밭의 수빈이의 세계가 자신 앞에 앉아있는 고마동의 눈동자 속에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