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1

314

by 교관


314.


하얀 눈이 내려앉아 모든 세상을 덮어서 순백하기만 했다. 새도, 벌레도, 스널프도 보이지 않았다. 생명체의 움직임과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새하얀 백색의 설원만이 가득한 세계, 순수하지만 생명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안타까운 모습으로 펼쳐졌다. 눈길에 발자국을 내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지쳐 눈밭에 무릎을 꿇고 지나온 발자국은 내리는 눈이 꼼꼼하게 덮어버릴 것이다. 무릎을 꿇어 버리고 나면 더 이상 일어서는 건 무리였다. 그대로 쓰러져 내리는 눈의 무게에 깔려 고요하게 숨을 거두는 장소. 그 장소는 아름답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세계였고 류 형사는 수빈이의 눈에서 그 세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비한 눈을 지닌 자신의 딸아이를 반드시 낫게 해주고 싶었다. 어째서 수빈이의 눈빛 속에 있는 세계가 이 청년의 눈동자 속에서 보이는 것일까. 하얀 순백색의 눈밭 같은 세계 속에서 생명력은 전혀 없었다. 이 청년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이 청년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청년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새하얀 눈밭의 세계에서 생명을 지닌 존재를 찾아서 하염없이 거닐고 있는지도 몰랐다. 안타까운 수빈이가 작은 몸으로 거대한 눈밭을 거닐다가 지쳐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리고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 고마동의 눈빛 속에 들어있었다. 어쩌면 수빈이처럼 이 청년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 속으로 자신을 몰고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류 형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고마동 씨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들어오면서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당신이 일련의 사건에 관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또 왜 그런지 당신은 용의자라고 한 말도 거짓이라면 거짓말입니다. 또다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현재 하나뿐인 용의자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보니 알 수가 없군요. 아니, 판단이라는 것이 서실 않습니다.” 류 형사는 틈을 두었다. 깊은 한숨이 류 형사의 마른입에서 새어 나왔다.


“때론 사건에 가까이 가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보통 용의자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안심을 합니다. 당신은 죄가 없는 것 같다든가 당신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이렇게 운을 띄워 놓은 다음에 유도신문을 하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나거나, 숨기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마동 씨와 사건들이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는 말을 당신에게 해야 했습니다. 마동 씨의 표정에서 변화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전혀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니. 사건당시의 사진을 보고도 표정이나 눈빛의 변화가 없더군요. 그 사건 현장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말입니다. 더불어 당신의 눈빛에서는 정의할 수 없는 순수함이 보입니다. 맑고 차가운 순수함은 실은 아주 무서울 수 있거든요.” 류 형사는 마동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했고 마동은 류 형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잘 받아들였다.


“그럼 제 혐의는 벗어나는 겁니까?” 마동의 말을 듣고 알듯 모를 듯한 웃음을 류 형사는 지었다.


“애당초 혐의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과 유일하게 관계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마동 씨니까 계속 조사를 하겠죠.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 겁니다. 마동 씨만이 최원해와 같이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니까 말이죠. 그 사람이 당최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침 묵.


류 형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어떠한 존재인지는 몰라도 응징 같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응징을 하기에는 그 방법들이 너무 잔인하고 참혹합니다. 인간은 그런 방법으로 살인을 하지 않죠. 나도 그런 성범죄자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살인은 안 되죠. 그리고 살인을 했다면 살인을 한 자를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우리는 그 일을 위해서 오랫동안 훈련을 해왔고 전문성을 띠고 있습니다. 살인범을 잡아들여야 모방범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살인범을 잡지 못한다면 따라 하는 범죄자들이 늘어납니다.” 류 형사는 볼펜을 입으로 물려다가 끝을 한 번 보더니 내려놓았다.


“저에겐 신장병에 걸려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딸아이 하나가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 누워있습니다. 어쩌면 기계에 의해 피를 걸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딸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사각의 방 안에서 갇혀서 대부분 보냈습니다. 어린아이지만 일찍부터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의 특징이 너무 어른스럽다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은 잠든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입니다. 아기처럼 몸을 말고 잠이 들어요.”


마동은 태아처럼 잠들었던 는개를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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