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1

324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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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어찌 되었던 이. 드. 를. 눌. 러. 야. 한. 다.


너구리는 택시가 돌진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짧은 털을 지니고 짧은 다리에 힘을 주며 마동이 탄 택시가 그대로 처박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동은 쳐다보는 너구리의 두 눈에 광풍의 조류 속에 헤매고 있는 마동 속 작은 에고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비쳤다. 쾌락이 있었으며 동시에 고통이 도사리고 있는 너구리의 눈이었다. 그 모습이 마동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너구리가 냉소적인 환희를 가득 품고 마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 그 핏빛 찬란한 환희를 다시 누려보고 싶다는 듯 너구리가 마동 속의 이드를 불러낼 것이다. 택시가 너구리 가까이 갔을 때 마동은 뒷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당겨 택시기사가 잡고 있던 핸들을 꺾었다. 끼이이익하는 소리가 요란하고 풍성하게 들렸다. 차가 옆으로 꺾이는 느낌과 충격이 몸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는 너무 놀랐지만 본능적으로 마동에 의해서 꺾였던 핸들을 다시 제자리로 재빨리 돌린 다음 급브레이크와 함께 제동브레이크를 조절하며 잡아당겼다. 매캐한 타이어 타는 냄새가 도로에 진동했고 급브레이크를 밟은 반동으로 택시의 차체는 균형을 잃고 옆으로 한 바퀴 돌았다. 마동은 이대로 죽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핸들이 꺾이고 도로 위에서 피겨선수처럼 빙글 돌아버린 현상이 마동의 기억회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고 빙글 하는 순간에는 마동은 이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생각만 들었다. 도로 위에서 몸이 붕하며 뜨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차가 뒤집히면서 끝이다.라는 생각이 깊어질 때 택시기사는 운전대를 조절해서 돌리며 상황에 대응하여 차체가 뒤집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다행히 택시는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구부러진 도로의 코너에 비스듬히 정차를 하고 택시기사는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마동은 용수철처럼 택시 안에서 튕겨져 나와 너구리를 찾았다. 불사의 너구리, 사념을 잔뜩 지닌 너구리, 친구들을 죽게 만든 너구리를, 그 너구리를 찾아야 했다. 그놈은 환희에 차 있었다. 오래전 그놈은 파업을 했던 철도청의 기차를 불러냈다. 하지만 택시가 멈춰있는 구부러진 도로의 가장자리에 너구리는 없었다. 너구리가 웅크리고 있던 흔적인 어디에도 없었다. 택시기사는 운전석의 창문을 열고 마동에게 무슨 일이냐고 숨을 참아가며 물었고 마동은 여기에서 너구리가 웅크리고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도 힘이 빠져서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동에게 다가왔다. 예상 밖으로 키가 컸다. 흐린 여름날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택시기사의 얼굴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택시기사의 얼굴은 찌푸려지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심장이 강하고 상황대처능력이 좋았고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마동이 도로가에 앉아서 터질 것처럼 요동치던 가슴이 진정될 때까지 택시기사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기사는 마동의 옆에 와서 앉았다. 택시기사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아마도 손님께서 잘못 보신 게 아닐까 합니다. 이 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하는 산짐승들이 많거든요. 대부분 해가 떨어지고 난 후 밤에 동물들이 많이 차이 치어 죽습니다. 자동차의 불빛에 현혹되어 뛰어들거나 그 불빛보다 빠르게 도로를 지나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주로 트럭에 치어 죽음을 당하거든요. 그래도 너구리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산속에 너구리는 있겠지만 아직 너구리가 로드 킬을 당한 모습은 본 적은 없습니다.” 택시기사는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땀이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연륜은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택시기사는 내용물이 가득 들어있는 빵 봉지처럼 지식도 풍부했다. 마동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기사는 마동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자칫 죽을 수도 있었지만 택시기사는 마동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마동은 택시의 수리비와 지체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5분 정도 앉아 있었다. 택시기사는 마동을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마동이 택시에서 힘겹게 내렸다. 택시는 마동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고 도로를 빙글 돌아서 표현할 수 없는 타이어의 마모가 생겼지만 상태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마동이 인사를 하고 택시 문을 닫았다.


“손님, 원하시는 바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미소를 짓고 택시기사는 마동에게 인사를 하고 왔던 길로 사라졌다. 배려가 담긴 미소였다. 마동이 택시 안에서 본 너구리는 마동자신의 부정적 투영의 혐오일지도 몰랐다. 내 속의 호러블 한 또 다른 모습이 너구리일지도 모른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마동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걸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봤던 동시상영관을 찾아서 발길을 옮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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