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수필

이대로도 괜찮을지 몰라

by 교관



추워야 할 날이 따뜻하고 희뿌옇고, 봄날의 밤처럼 공기가 코를 간질이는, 익숙지 않은 날이다.


익숙지 않은 사람과 익숙지 않은 음식을 먹고 어색한 방법으로 그 사람을 보내고 길거리에 서서 긴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밤은 너무나 고맙게도 고독하고 깊어진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이곳은 어디일까.


문득 주위가 채도가 빠진 컴컴함으로 채색되어 겁이 났다.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집은 멀기만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딘지 모르겠고, 단단하고 무서운 겨울의 기억은 육체를 아프게 한다.


소혹성처럼 반짝이는 저 불빛들 속에 내 집이 있을까.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반듯하게 놓인 식품들의 진열과 밝은 불빛, 취기를 몰고 오고가는 사람들.


조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추억이 소거되고 기억만 단단한 나는 그저 휑한 공간에 서 있는 껍데기 일뿐. 낡고 볼품없어 보이는 건축물이다.


낯선 음식을 같이 먹던 낯선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기억을 공유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말은 제대로 전달이 된 적이 없다.


언제나 벽에 부딪히고 깨져 온전한 모양새가 되지 못한다.


편의점을 나오니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한다.


고양이가 꼭 나의 모습 같아서 눈물이 났다.


길을 떠도는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는다.


당분간은 이대로 괜찮을지도 몰라.


집으로 가자.


따뜻한 물에 미소를 풀어 국을 마시자.


따뜻한 국을.




Stars are Shining https://youtu.be/v-a14xy8Cyo?si=bCy8cl6rU6j1sE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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