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3

371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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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그녀의 손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잡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작고 부드러운 긴 손가락, 정갈한 손톱과 는개스러운 매니큐어를 마동을 떠 올렸다. 는개의 손을 잡고 냉정하지만 따뜻한 는개의 손바닥의 세계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은 늘 큰 법이다. 그녀는 마동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해 있었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마동은 가슴에 손을 올렸다. 미미한 작은 마음이 느껴졌다. 그럴수록 그녀의 말투와 그녀의 눈빛, 그녀의 귀와 목선과 마른 등이 떠올랐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보다 근원적으로 신비한 눈빛을 지니고 있는 는개의 눈을 다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속이 아닌 사실의 눈빛을 하고 있는 는개의 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녀의 포니테일, 포니테일의 머리가 풀리는 순간과 엎드렸을 때 엉덩이 그리고 엉덩이를 타고 오르는 허리까지의 선, 엉덩이와 허리 사이의 볼록한 부분을 쓰다듬던 자신의 손길을 마동은 떠올렸다. 는개는 그 부분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서 그녀의 허리 밑 볼록한 부분을 만질 때의 생생한 감촉을 떠올렸다.


는개도 내가 사라지고 나면 상실이 찾아올까. 그녀에 대해서 생각을 시작하니 폭주한 기관차처럼 끝도 없었다. 는개를 의식할 때마다 그녀가 마치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저 왔어요, 당신 샤워를 했군요,라고 말을 하며 나를 끌어안는다. 는개의 기분 좋은 향을 맡는다. 마동은 눈을 감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생각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는개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일은 지구 반대편의 일처럼 멀게 만 느껴졌다. 상실감의 끝으로 생각의 끈이 다가갈수록 무력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관절의 나사가 하나하나씩 전부 풀리듯, 몸이 조각으로 분리가 되는 허무가 조금씩 찾아왔다.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분해가 되어 본드로도 다시 붙일 수 없었다.


어째서 는개에 대한 갈증이 이토록 드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내 자의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마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정확하게 그녀를 향하고 있는 마동의 촉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는개는 마동을 보면 언제나 웃어 주었다. 그녀는 참을성 있게 마동을 기다리며 꾸준하게 하루를 쌓아가듯 웃음을 보여줬다. 는개의 웃음 속에는 신뢰라든가 믿음이 깔려있었다. 타인에게 향하는 적당한 친절이 배인 경멸 섞인 웃음이 아니었다.


마동에게 많이 웃어주는 사람은 오래전부터 없었다. 그것은 마동이 타인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마동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것인지 웃지 않으려고 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시점의 한 순간부터 웃지 않게 되었다. 웃음을 보이지 않는 인간에게 언제나 웃어주는 사람은 세상에 드물다. 는개가 웃으면 그레이스 켈리보다 더 환하게 보였다. 누군가 웃어준다,라는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며 생활하지 않았다. 웃음에 대한 마동이 만든 벽은 두터웠고 너무나 단단해서 포클레인으로도 어림도 없었다.


그 런 데.


지금 그녀를 떠올리면, 는개를 생각하면 할수록 상실의 공백이 조금씩 매워졌다. 그녀의 웃음을 떠올리고 그녀의 언어를 떠올렸다. 포클레인으로도 꿈쩍 않던 마동의 탄탄하고 두터운 시멘트벽이 용암에 흘러내리듯 힘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혼란스러울 만큼 신기한 일이고, 놀라운 현상이라고 마동은 생각이 들었다. 양철로봇의 텅 비어 있던 곳이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지듯 는개로 인해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분명 그러한 매력적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공백이 는개의 웃음으로 서서히 채워져 갔다. 마동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녀의 작은 마음이 물처럼 흘렀다. 마동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거실에 서서 쏟아지는 비를 보며 는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상실의 공백이 조금씩 매워지면서 마동의 입술이 초승달처럼 움직였다. 그녀를 떠올리면 미소는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되었다. 는개의 얼굴을 떠올리면 시간이 퇴보해 가는 느낌도 들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이제 곧 닥치는 위화감에 벗어나게 만들었다. 그녀의 미소는 그런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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