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의 주먹이 슬픈 건 감성적인 삶이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하고 껄렁껄렁한 고리대금업자의 심부름이나 하면서도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두목이 때려주라는 것도 잘 못하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농담으로 표현을 하는 골목의 어두운 쓸쓸함과 벽난로의 장작이 피어나는 따뜻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남자, 록키 발보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이태리에서 온 종마 록키 발보아. 돈을 걸어 내기를 하는 3류 복서장에서 몸을 혹사시킨다.
70년대 미국은 기회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의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의 성지이며 그 해가 독립 200년이 되는 해였다. 대중이 열광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한 슈퍼스타 크리드는 화젯거리를 찾아서 록키 발보아를 지목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신과 인간의, 슈퍼 복서와 삼류 복서의 시합이 시작된다.
록키는 삼류 복서로 내기를 위해 시합을 뛰기 때문에 여기저기 몸이 성할 날이 없다. 나이도 젊은데 벌써 60전을 뛰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권투의 포즈도 없고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두르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복서다.
록키의 말투는 배운 것 없고, 배우기도 싫고, 나는 몸으로 되는대로 먹고살아,라는 말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투박한 말투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친밀해진다.
그러다가 마지막 눈두덩이 다 터져 에이드리안을 부르짖을 땐 그 말투가 사랑스러워진다.
록키는 동물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에이드리안을 향해 순수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우리는 록키에게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 위해 쓸쓸한 집에 도착했을 때 자신을 반기는 거북이와 금붕어에게 농담 연습을 한다.
어둡기만 한 필라델피아 골목은 록키의 앞날과도 같다. 하지만 록키는 친구의 여동생을 악의 소굴에서 데리고 집으로 바래다준다던가, 주위를 돌아보고 사람들을 챙긴다.
그리하여 시합을 위해 새벽마다 조깅을 할 때 먹고살기 힘든 시장 상인들이 록키에게 과일을 던져준다. 이 장면은 당시 실제로 무명 권투 선수가 매일 훈련을 하는 줄 알고 과일을 던졌는데 그대로 영화에 삽입되었다고 한다.
에이드리안과 처음으로 데이트를 할 때 두 사람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인다. 아이스링크를 두 사람이 타는 장면에서 낭만이라고는 1도 없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은 함께 있는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작을 알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된다.
마지막, 판정승을 한 크리드. 사람들은 록키에게 제시합을 할 거냐고 묻는다. 록키는 미쳤냐고 대답한다.
록키의 얼굴이 찰흙을 벽에 던져 흘러내리는 것처럼 될 때 에이드리안의 마음은 깨진다. 에이드리안의 얼굴을 비추는 그 장면이 압권이며 마지막 에이드리안을 부르며 그녀가 달려와 안겼을 때 박수치게 된다.
몇 번을 봐도 좋은 영화. 지치고 쓰러질 때 록키의 주제가를 들으면 어김없이 저 필라델피아 광장의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양손을 높이 들고 싶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앞도 보이게 될 것만 같다. 록키의 주먹이 슬픈 건 감성적인 삶이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록키의 주먹은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주먹을 펴서 에이드리안을 꼭 안아 주었다.
요즘처럼 잠 못 자고 지치고 힘들 때 눈 속의 키세스 시위대를 보면서 이태리 종마 록키 발보아가 떠올랐다. 어떻게 이기느냐 하는 것 못지않게 그렇게 처맞고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맞고 또 맞아서 쓰러질 것 같지만 끝까지 버틴다면 지더라도 그게 이긴 것이다.
록키의 명장면 https://youtu.be/eZquhQ4bLqo?si=JbWtRl3QH02u8X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