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Sep 29. 2020

家族

사진 에세이



퇴근하고 온 아빠를 위해

아빠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고등어를 굽고

내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를 밥 위에 올린다.


아빠는 씻고 수건을 목에 걸고

밥상에 둘러앉으면 한쪽 엉덩이를 살짝 들고는

뿡 하며 방귀를 뀐다.


아빠 방귀쟁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족



가족(52)

참 기분 좋은 사진이다. 스튜디오가 아닌 타인의 집에서 타인의 가족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건 못생긴 내가 셀카를 잘 생기게 찍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대부분 집이라는 공간은 모르는 이들에게는 내보이기 싫은, 나와 나의 가족만이 지키고 싶은 공간이다. 플래시까지 터트렸기 때문에 어쩌면 가족에게 실례가 되는 무례한 사진 촬영이기도 했다.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지만 가장 먼 관계이기도 하다. 가족 덕분에 힘을 내기도 하지만 가족 때문에 죽을 것처럼 힘든 사람도 있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다면, 하는 사람이 있고, 가족이 없었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뉴스를 채워가는 기사는 가족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보는 사건들 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에 들게 나올 수 있었던 건 단란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 아빠의 껌딱지, 두 사람을 금쪽같이 아끼는 아빠. 이 사진은 ‘러브’라는 테마로 전시회를 했었던 사진들 중에 한 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러워진 옛날 사진을 깨끗하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