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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4. 2020

더러워진 옛날 사진을 깨끗하게

사진 이야기

사진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의 의미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요즘이다. 이제 사진이라는 영역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대중화가 되었다. 일반 누구나 다 폰을 가지고 있고 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하루에 10컷 정도는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한 달이 모이면 이 사진 컷이 아주 많아진다. 일 년이면 어마어마하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여 아기를 낳으면 휴대폰의 사진 갤러리는 아기의 사진으로 꽉 차게 된다. 타인이 봤을 때 그 아기들 사진에서 엄마의 사랑을 소거하면 다 엇비슷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사진 들일뿐이다.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사진 하나하나가 전부 다르고 소중한 사진이다. 그 사진 속에는 엄마의 사랑이라는 묘한 감성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사진은 방대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모두의 폰에는 소중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그 사진을 출력하지는 않는다. 예전으로 돌아가 보면 필름을 현상하고 다시 인화를 해야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 당연하지만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막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거운 필름 카메라를 들고 뷰에 들어오는 피사체가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 하는 고민이 예전 사진 속에는 있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를 왕왕 볼 수 있었는데 살아생전 그는 전시회에 오신 나이 많은 분들에게 사진을 설명해주곤 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최민식 작가의 사진은 다시 촬영할 수 없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시대의 기록인 것이다. 오죽하면 전두환이 최민식 작가의 사진을 몰수하기도 했다.


그래서 집집마다, 구석구석, 단 한 장 밖에 없는 사진들은 소중하다. 필름도 사라졌고 이제 다시 찍을 수 없는 나이와 당시의 배경이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옛날 사진, 오래된 사진은 시간이 지나면 훼손된다. 요컨대 앨범에 넣어둔 오래된 사진은 색이 변색이 되거나 비닐에 눌어붙어 버린다. 매일 보고 싶어서 유리판 밑에 사진을 넣어두면 매일 사진을 볼 수는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습도나 온도 같은 것들에 따라서 사진은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유리판에 딱 붙어버린다. 그래서 사진을 유리에서 떼려고 하면 망가지고 만다. 



그럴 때는 그대로 스캔을 받는다. 사진이 붙어 있는 유리판을 그대로 들고 와서 스캔을 받아 버린다. 저기 그림자 부분이 유리에 딱 붙어버린 부분인데 억지로 떼려고 하면 유일한 사진이 그대로 찢어지게 된다. 사진이 사진이지 뭐, 하면 그만이지만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그 어떤 무엇이 되기도 한다.

유리판을 들어낼 수 없을 때는 이 방법이 아닌 복사 촬영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그냥 넘어가자. 경험상 대체로 오래된 사진이 그 자리에 그대로 박혀 있는 경우는 없고 이동이 가능하니까 들고 스캔을 받으면 된다. 스캔을 받은 후 컴퓨터에 띄워서 작업을 한다. 

일종의 노가다로 하나하나 선을 따서 그 부분의 색감을 맞추고 기와 같은 것을 만들거나 어딘가에서 따와서 합성을 하면 된다. 그 과정이 담긴 순서의 사진을 올렸는데 다 버리고 처음과 끝의 사진만 올려본다. 이런 작업은 몇 시간 내지는 며칠이 걸리는 노다가 일뿐이라 그래픽을 조금만 할 줄 안다면 입을 다물고 꿋꿋하게 따고 그리고 집어넣고를 하면 된다. 하나하나 완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 재미만 붙으면 점점 빠져들게 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컬러를 입히면 된다. 



그렇게 다 만들어진 사진은 대체로 8*10 사이즈로 출력을 해서 다이소 같은 마트에서 저렴한 액자를 구입해서 넣어주면 된다. 그러면 받는 사람은 마치 처음 찍은 소중한 사진이 손에 쥘 수 있다. 저 하늘의 빈 공간이 허전하다면 구름을 따서 집어넣어도 된다. 


요즘의 사진 작업, 사진 편집, 사진 촬영은 예전보다 재미있어졌다. 물론 재미를 붙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사진은 영어로 포토그래프이며 말 그대로 빛으로 그린 그림이 사진이다. 그래서 빛을 잘 다루는 사람이 사진에 접근성이 더 좋다. 새벽에 악착같이 일어나 사진을 촬영하러 가는 사람은 태양이 지구에 슬슬 빛을 발하려 할 때 저 멀리서 태양의 주위에는 빛의 오메가 띠를 담으려 하는 것이다. 그건 새벽이 아니면 담을 수 없다. 일단 카메라에 사진을 담았다면 그다음은 후회 없이 작업을 해 보는 것이다. 컴퓨터에 앉아서 엉덩이가 짓눌러질 때까지 보정을 해본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드는 사진 작업 본이 나오기도 하고 결과물에 만족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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