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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0. 2020

빛이 내려앉아

사진 에세이



두려움은 내 속의 틈을 벌리고

기어들어와 굵고

정중한 힘으로 지그시 누른다

아프지만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아프다 소리는 내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둘 때 없는

내 마음에 대해서

몇 글자 남긴다

잠이란 영원히 들어 버리는

날이 가까이 오고 있음에

그것과 멀어질 수 있도록

생을 갈가리 쪼개 본다

눈이 따갑고 서서히 감기려 한다

자정이 넘어가고

세 시를 넘기는

이 시간에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은

그대라는 무덤이다

그대 역시 위태로울 테니

이제 나는 그 무덤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곳에서 꿈을 이루려 한다




#

햇살이 머리를 타고 내려와 옷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폰으로도 담아낼 수 있다. 해가 힘이 흘러넘칠 때는 햇살이 떨어지는 장면을 담기가 어렵다. 무슨 말이냐, 해가 중천에 떴을 때부터 해서 정오를 지나 오후까지는 해가 쨍해서 힘이 강렬하다. 이때 사진을 담으면 아마 노출 오버가 되어 인물에 해가 비치는 부분이 빛이 튀게 된다. 

노출 오버라는 건 피부의 노출이 아니라 빛의 노출을 말하는 것으로 사진으로 예를 들어 보면 밑의 사진들의 경우다. 조카의 얼굴에 빛이 과하게 들어가 있는 부분이 보인다. 이 정도는 그래도 봐 줄만 하지만 곱슬이의 사진에서 저 부분, 빛이 과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그래서 보통 여름이라면 오후 6시 정도부터 7시 사이가 되면 해가 힘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면서 서산으로 해가 기울게 된다. 하루를 달에게 반납하기 직전 그때 사진을 촬영을 하면 빛이 머리를 타고 옷깃으로 흘러내리는 장면을 담을 수 있다. 

어디에 비유를 하자면 예전에 안성기가 강가에서 “설탕은 두 스푼”하며 강물에 실루엣이 흐르고 커피를 마시던 광고를 떠올려 보면 된다. 그런 광고를 촬영한 시간이 대체로 노을이 질 때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펼쳐질 때, 해가 힘을 잃어 햇살이 강물에 떨어져 실루엣을 만들고 광고모델의 머리와 옷에 미끄러지듯 햇살이 떨어져 그런 멋진 광고를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그날 촬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다시 촬영을 해야 한다. 노을이 지는 시간은 아주 짧으며 순간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그 시간에 촬영을 잘하면 아주 멋진 장면을 카메라를 통해 담을 수 있다.

겨울에도 가능하지만 일찍 해가 지니 오후 4시쯤에는 달려들어야 하고 또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하니 인물사진이 어울리는 계절은 아니다. 보통 옷을 얇게 입을 수 있는 계절에 야외에서 인물을 촬영하면 예쁘게 담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몸에는 선이라는 게 있고 겨울에는 옷에 아름다운 인체의 선이 묻히기 때문에 인물 촬영은 피하게 된다.

그래서 모델 촬영도, 아마추어 촬영도, 그렇지 않은 인물을 촬영을 하더라도 늦봄에서 여름 그리고 초가을에 촬영을 하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이 계절에는 자연도 한껏 예쁜 옷으로 갈아입기 때문에 마음껏 컬러에 빠져들 수 있다. 내가 있는 도시에는 강이 도시 중심을 흐르고 있고 강가를 따라 사계절 꽃밭을 잘 조성해놔서 꽃을 배경으로 인물을 담으면 꽤 성공한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해가 힘을 잃어갈 때 머리에서 옷을 타고 빛이 떨어지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면 사진을 골라서 어플이든 컴퓨터든 마음에 들 때까지 색감을 보정한다.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보정을 한다. 200프로 내 마음에 들었다면 타인의 마음에는 20% 정도 들게 되니 사진 한 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사진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나의 마음에 흡족하게 들 때까지 보정하고 고쳐 쓰고 다시 그리고를 반복해야 한다. 



조카의 얼굴과 발에 노출 오버


곱슬이의 머리에 노출 오버. 우리 곱슬이 정말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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