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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18

5장 2일째

118.

 “처방해 드린 약은 반드시 다 드시도록 하세요. 그래야 낮에 일하는 동안 증상이 덜 합니다. 마동 씨는 현재 체온이 많이 내려가 있어요. 체온이 이렇게 내려간 것에 비한다면 마동 씨가 말한 증상은 거짓말처럼 약한 편에 속합니다. 오늘도 일단 약을 지어드리죠. 약국약과 병원에서 직접 약을 지어 드릴 겁니다. 직접 지어드린 약은 꼭 드세요. 반드시 시간을 맞춰 드세요. 굳이 식사 후에 드실 필요는 없어요. 밥을 반드시 드실 필요도 없습니다. 단, 시간을 맞춰서 약을 드세요. 그리고 내일은 검사를 할 겁니다. 세부적인 검사를 해야 할 것 같군요.”


 마동은 의사 쪽으로 몸을 굽히며 “제가 생각하기엔 제 몸에 무엇인가 변이가 생긴 듯합니다만.”


 “내일 검사를 해보죠. 검사를 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전에는 어느 것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일단 초음파나 내시경을 생각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음식을 먹고 오시면 안 되는데 아마 오늘은 음식 섭취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실 겁니다.” 의사는 신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동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의사는 마동을 보며 한마디 했다.


 “우리 모두는 변이하고 있습니다. 현재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말이죠.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있지 않아요. 시간은 과거와 미래뿐이죠. 현재라고 불리는 시간은 어느 순간 저 뒤로 가버린 과거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저 뒤로 가버린 과거에 맞추지 않고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맞게 서서히 변이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다만” 까지만 말을 하고 마동은 뒷말을 기다렸지만 의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끝이 흐린 의사의 말을 끝으로 마동은 진료실을 나왔다. 의사가 하는 말은 알 것 같기도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쉽게 와 닿지도 않았다. 간호사는 처방전을 마동에게 내밀었다. 병원에서는 포르말린 냄새도 났지만 이곳에서는 추워서 몸이 떨리지도 않았고 더워서 답답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밤이 되면 편안해지는 몸 상태로 되돌아왔다. 병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몸살 증상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변이 하나요?” 마동은 처방전을 건네받으며 분홍 간호사에게 물었다. 처방전을 받으면서 보니 분홍 간호사의 손가락에 살이 조금 붙은 것 같았다.


 “글쎄요, 어떨까요? 고마동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분홍 간호사는 분홍 웃음을 띠며 마동에게 되물었다.


 “사람은 변이 하는 것이 계기가 없이 가능할까요?” 마동은 다시 분홍 간호사에게 되물었다. 두 사람 간에 대답은 없고 질문만 오고 갔다. 분홍 간호사는 분홍 미소를 띠며 마동에게 처방전을 건네주고 분홍색 매니큐어가 발린, 조금 살이 붙은 손가락으로 환자들의 차트를 정리했다. 이렇게 보니 분홍 간호사는 어제보다 분명히 통통해진 것 같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풍만해졌다. 단지 마동이 심한 몸살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본래 풍만했는데 어제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마동은 어떻게 하루 만에 분홍 간호사가 풍만해졌는지 기이했지만 지금 마동의 눈앞에 있는 분홍 간호사가 입고 있는 분홍색의 간호사 복은 터질 듯했다. 마동의 시선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분홍 간호사의 가슴으로 향했다. 시간이 물 한 모금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마동의 시선은 분홍 간호사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분명히 간호사는 풍만해졌어.


 “우리 인간에게는 보통 마음이 있습니다. 한 인간의 마음이라고 해서 그 마음이 한 인간의 정신에 속해있지는 않습니다.” 분홍 간호사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말을 할수록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목소리가 질 좋은 마호가니 목재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기이했다. 의사처럼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였지만 의사의 목소리와는 다른 종류의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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