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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19

5장 2일째

119.

 “바람에 의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모든 사물은 바람이라는 연계 매체로 동시(同時)를 느낍니다. 거기서 그 하나하나의 나뭇가지에 서로 연결되어 바람 같은 관념을 인간은 드러냅니다. 우리 인간의 독립된 개별적 의식은 개성이라 불리는 은유를 지니고 있어요. 개성이라는 것은 자신을 각각의 모습에 맞게 표출하려 하지만 무의식의 바람에 의해서 서로 모이듯 하나로 연결되어 흩날리는 바람과 같습니다. 이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인 칼 융이 발견한 집단 무의식의 한 부분과 비슷하겠네요.”


 분홍 간호사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마동은 몸속 깊은 곳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올라와 입술 밖으로 새어 나왔다.


 흐음.


 분홍 간호사는 마동의 얼굴을 보고 조금 더 미소를 짙게 만들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바람 속 빛의 미립자들이 지형이나 온도에 의해 바람의 성질이 바뀌면 그 속으로 또 하나의 무의식이 뚫고 들어오는 겁니다. 우리는 대게 많은 예술가들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무의식의 흐름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활발하다고 봅니다. 무의식에 강하게 노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봤을 땐 기이한 형태로 변이 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겠죠. 이들에게 나타나는 특별한 유형이나 사항 중에서는 구어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도 한다는 겁니다. 즉 이들에게는 공유되는 공통분모가 무의식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 공통분모를 통해서 텔레포트를 이용하기도 하고 타인의 심층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동시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이들도 있고 말이에요.”


 분홍 간호사는 여전히 차트를 정리하며 분홍 미소를 띠고 마동에게 말했다. 마동은 가만히 분홍 간호사의 말을 새겨들었다. 무의식이라는 단어가 마동의 머릿속에서 방향을 잃은 방패연처럼 계속 맴돌았다.


 나의 무의식 속에 또 다른 무의식이 뚫고 들어와서 지금 내 몸에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단 말인가.


 마동은 자신의 의식에 대해서,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생각해본들 정답은 3번입니다. 하며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무의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에게는 누구나 무의식이 존재하고 그 무의식이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가. 분홍 간호사는 자신이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분홍 간호사의 가슴이 기이한 패턴으로 아래위로 또는 위로 아래로 움직였다. 물론 풍만했다.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기 전보다 풍만해졌다.


 “우리 인간이 보통 살아가는 모습은 가정에서 학교나 단체로 그리고 사회로 이어지는 순서가 있잖아요. 그 집단속에는 공유되는 사람들의 의식세계가 있어요. 만약 공유되는 의식세계가 없고 법률이나 규범으로만 우리 사회가 이루어져 있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겠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어떠한 해프닝의 정보가 그 공유를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그 말은 무의식이 여기에서 저기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들은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언어로 하는, 또는 시야에 들어오는 세계만 진실된 세계라고 믿고 있는 착각에서 무의식은 시작하는 겁니다. 무의식의 세계에 아주 강하게 닿아있는 이는 언어가 소멸하더라도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변이로 인한 현상인지 무의식의 현상이 변이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일이죠. 초능력은 없다고 하지만 독심술이나 텔레파시는 가능하고 국방부에서는 적극 활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통용시키면 혼란이 올 거란 걸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쉬쉬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능력은 믿을 것이 못 되는 추한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단정 지어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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