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긴 어디야 2

단편소설

by 교관
1.png


2.


나는 병원 정문 앞에 그대로 서서 한참 있었다. 진료받고 나오는 사람이 나를 보며 괜찮으냐고 물어서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병원에 간다며 나와서 잠시 쉬면, 머릿속 생각에서 여자가 달아날 거라 생각했지만 다시 마주친 여자는 너무나 괴괴한 모습이어서 뇌에 새겨졌다. 여자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일까.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날은 밝고 환하지만, 여자와 부딪쳤을 때 흐리고 축축한 날이 된 것만 같았다. 기억은 분명 그렇게 축축하다고 하는데 그 누구도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팀장이 프로젝트에 관한 업무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후 회의는 오전 회의보다 더 집중을 요한다. 모두가 점심을 먹은 후라 나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전에 비해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그래프 하나를 놓치면 대번에 표가 나기 때문에 팀에 지장을 준다. 하지만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여자와 세 번째 마주친 건 회사 근처였다. 그날따라 거래하는 곳에서 사람이 왔다. 회사 내부에서는 프로젝트 업무 때문에 밖에서 따로 만났다. 카페에서 만나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이 나고 거래처 사람이 화장실에 간 사이 창밖을 보는데 가로수 밑에서 누군가 2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여자였다. 또렷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카페는 2층이었는데 여자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의 얼굴은 오전보다 더욱 기괴했다. 붉게 충혈된 눈과 악마처럼 보이는 광대와 동물의 이빨처럼 보이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뾰족뾰족한 치아의 잔상이 내내 남았다. 그날은 제니퍼를 불렀다. 제니퍼는 가명이고 매춘부다. 제니퍼는 지명이다. 회원제로만 가능한 여자다.


제니퍼는 비싸지만, 기술이 좋다. 가만히 누워있는 수동적인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다. 제니퍼의 좋은 점은 질문이 없다. 그리고 펠라티오를 위해 이를 전부 뽑았다. 제니퍼가 빨아 주는데 평소와 다르게 더 흥분되었다. 아주 황홀했다. 몸 안의 내부 기관이 다 뽑혀 나가는 것 같았다. 제니퍼는 나에게 만족이 되었냐고 물었다. 평소에 묻지 않았던 말이다. 오늘은 내가 다른 날과 다르게 많은 양의 정액을 쏟아냈다고 했다. 보통은 샤워하고 바로 가는데 자고 가도 되냐고 물었다. 이후의 비즈니스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제니퍼는 나의 침대에서 나에게 안겨 하룻밤 자고 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니퍼는 나가고 없었다. 왔었다는 흔적도 없이 가버렸다. 마치 그림자마저 쓰레받기로 싹싹 쓸고 가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누워서 이야기하다가 새벽에 잠들었는데 새벽에 나갔는지, 오전 6시에 눈을 떴을 때 이미 나가고 없었다. 제니퍼가 왔다는 게 비현실 같았을 무렵 베개가 제니퍼 머리의 무게만큼 눌려있어서 왔다 간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어쩐지 이 모든 게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잤다고 생각했지만 일어나는데 전혀 잠을 잔 것 같지 않았다.


집을 나서는 게 겁이 났다. 팀장에게 재택근무로 업무를 보면 안 되냐고 연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내가 나가서 회의를 주도해야 한다. 집을 나섰다. 그 여자가 근처에 있나 주위를 살폈다. 여자와 마주친다면 왜 그러냐고, 나를 아냐고 물어봐야겠다. 그 괴이한 얼굴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하지만 그동안 싫지만 해야 하는 것들을 해왔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숙명에 놓여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며 지내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집을 나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주위를 평소보다 열 배는 신경 써서 여자를 살폈다. 여자의 얼굴은 분명 커졌다. 그래픽으로 영화 속에서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여자의 기괴한 얼굴이 끔찍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었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주위를 더 잘 살필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나는 주위를 살폈다. 누가 보면 첩보 영화를 찍는 줄 알 정도였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다니. 그런데 나는 그때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았다. 도로에 자동차들이 다니지 않았다. 여자 때문에 주위를 살피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저 먼 하늘이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그리고 나는 곧 사라질 거라는 걸 알았다. 이 세계가 영화 속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런데 여긴 어디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