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1.
모르는 한 사람을 하루에 우연히 여러 번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의도적이라면 그건 스토킹일까 아니면 관심의 표현일까. 만약 그 사람이 여자이고 예쁘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침에 집을 나오는데 한 여자가 앞을 지나갔다. 마치 부딪히려고 하는 것처럼 지나갔기에 여자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빤히 본다던가, 쳐다보는 일은 거의 없다. 커피를 주문할 때도 될 수 있으면 눈은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한 번은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온 사람이 있었다. 업신여긴다는 눈빛이었다고 했다. 게다가 쳐다본 것이 아니라 스치면서 눈빛이 한 번 교환이 된 것뿐이다. 그때는 난처했다. 남자였고 나를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그 뒤로 누군가의 얼굴이나 눈을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일부러 부딪힐 뻔한 여자는 철 지난 옷차림에 처음 보는 헤어스타일, 무엇보다 놀랄 만큼 못생긴 얼굴이었다. 화장도 하지 않아 민낯이 드러났는데 뿔처럼 튀어나온 광대며, 충혈된 눈이 마치 사람 같지 않았다. 너무 찝찝했다.
회사에 와서 일을 하는데 그 얼굴이 너무 각인되어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표정인데 무서웠다. 업무에 지장을 줄 만큼 여자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두렵고 괴상하게 생긴 얼굴이라 잊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생각이 났다. 식은땀까지 흘렸다. 팀장이 와서 나의 상태를 보고 이마를 짚어본 다음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요하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바쁘게 업무를 봐야 한다. 하지만 오전에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때문에 전혀 업무를 보지 못했다.
식은땀 덕분에 나는 외출을 허가받았다. 병원으로 갔다. 몸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외출을 받은 이상 병원에서 진료했다는 증거를 들고 들어가야 한다. 병원에서는 딱히 이상증세가 없고 피곤해서 그렇다는 결과를 받아 들고 나왔다. 병원에서 나오는데 누군가 부딪칠 것처럼 지나쳤다. 뒤로 넘어지면서 보니 아침에 본 그 여자였다. 순간 섬뜩했다. 나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그 끔찍한 얼굴이 커져 있었다. 아니라고 하려 해도 오전에 봤을 때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인간은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가장 이해 못 하는 건 착한 얼굴을 가진 인간도 비열한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그걸 잘 알지 못한다. 영화배우들을 보면 그걸 잘 알 수 있다. 평소 배우의 모습은 순박하고 일반인과 다를 바 없지만 악역을 맡았을 때의 얼굴은 돌변한다. 인간은 실제로 그렇게 양면성, 다면성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표정으로 나오기도 한다. 인간이 무섭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렇게 기묘하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여자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여자는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보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고개가 마치 180도 꺾인 것처럼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