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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맛을 본 섭이 2

단편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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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게 학교의 규율이고, 담임의 규칙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선망의 눈빛을 보냈다. 섭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한 반에 학급위원이 세 명이 지정되어 있고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한, 이라는 제한이 있었고, 그 셋 중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이 반장이 되는 것이다.


섭이는 그 명찰이 부모님을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들이 학교에서 그 명찰을 하나 더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받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학급위원’이라는 명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권력의 탈로 바뀌어서 반 아이들을 괴롭게 했다. 청소상태며 수업시간의 태도를 낱낱이 감시하여 선생님에게 보고함으로써 아이들은 섭이의 눈에 들려고 애를 썼다. 아이들은 학급위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왔지만 학급위원들은 좀 더 무섭게 대했고 그 위에는 섭이가 있었다. 섭이는 점점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섭이는 자신의 명찰이 세계를 휘어잡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섭이는 점점 아이들과 멀어졌고 선생님과 가까워졌다. 당시에 섭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섭이는 무척 말라서 여자아이와 싸워도 이기지 못할 체격을 지니고 있었는데 권력의 맛을 알고 난 이후 살이 붙었다. 학급위원이라는 명찰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었다. 섭이보다 덩치가 두 배 큰 아이들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는 게 권력이었다. 섭이는 짜릿했고 황홀했다.


초등학생인 섭이 곁에서 진정으로 섭이 편에서 고민과 일상을 함께해 준 몇몇의 아이들도 서서히 섭이를 떠나게 되었다. 학급위원이라는 권력을 쥐려면 우선순위가 성적이었다. 나머지는 성적 다음에 오는 부차적인 부속물 같은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따뜻한 말이나 칭찬이 인색했지만 학급위원들에게는 마치 이제 집에 갓 들인 강아지새끼를 대하듯 했다. 섭이는 친구들의 편안함보다 선생님의 칭찬이 듣고 싶었다.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들은 반에서 소외되어 갔다. 섭이가 있던 학급은 그렇게 아이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섭이의 말에 방과 후에 학교 뒤에 남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청소 시간에 빠지는 아이도 있었다. 섭이의 말에 짝지를 바꾸는 아이들도 있었고, 불이익을 당하는 아이들은 늘어갔다. 하지만 섭이의 학급위원을 6학년 한 학기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한 학기 동안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어째서 섭이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냥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섭이의 성적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로 인해 담임선생님에게 받던 귀여움도 한순간에 걷어 차이고 말았다.


아기가 없어 집에서 애지중지하게 키우던 강아지는 새로 태어난 아기로 인해 내팽개치듯이 그는 담임선생님에게서 버려졌다. 세계를 호령하던 권력의 맛을 잃어버린 후 섭이는 냉랭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지금 서 있는 교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처럼 비가 오는 날 학급위원 명찰을 달고 하교를 하려고 교실 문을 나서면, 권력의 보호 속에서 갇히고 싶어 하던 친구들이 섭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우산을 받쳐 들고 섭이에게 다가갔을 때 씁쓸하고 우울했던 기분을 나는 다시 한번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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