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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공포는 여름을 타고 온다

공포영화의 계절이긴 하나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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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공포영화가 많이 나온다. 오싹함을 즐기면서 여름의 더운 나날들의 밤을 보내기 위함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여름이면 극장가며, 티브이에 여름 특집으로 공포물이 쏟아졌다. 무서워서 싫지만 무서움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장르가 공포영화다.


에어컨도 없던 시절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이불을 코 밑까지 올리고 전설의 고향을 봤다. 여러 편이 떠오르지만 그중 가장 압권이었던 편은 역시 구미호가 아닐까. 그리고 쥐 귀신을 없애기 위해 고양이에게 손톱을 계속 먹여 쥐 귀신이 왔을 때 고양이도 귀신으로 변신해서 싸우는 이야기. 내 다리 내놔는 사실 기억이 없다.


여름에 봤던 나이트 메어는 어린 나에게 굉장한 충격이었다. 더운 여름이 더울 시간이 없었다.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재미도 좋지만, 모여서 맛있는 거 야금야금 먹으면서 보는 공포영화 역시 무섭고 좋았다. 나중에 보면 뭘 먹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서웠다. 그런 분위기를 있다.


방에 불은 끄고, 커튼을 치고 모여서 무서운 영화 보다가 친구 누나가 무서운 장면에서 웍 하며 놀래 키거나 무서운 얼굴을 하면 먹고 있던 빵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뒤로 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공포영화를 많이 봤고, 보고 있다. 공포영화를 다른 종류의 영화보다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공포영화는 나에게 전혀 무서움을 주지 못한다. 잘리고, 썰리고, 동강 나고 하는 장면이 무섭다기보다 놀라거나 징그러울 뿐이다. 귀신이 나오든, 괴물이 나오든 전부 무섭지 않다. 어른이 되어 무서운 건 인간과 자연이다. 인간 본연의 인간,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무섭다.


이제 장마시즌에 돌입했다. 폭우가 예상되고 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릴 뿐인데, 폭우는 좀 더 세게 내린다는 것뿐인데 그게 무섭다. 도로에 흘러넘치는 물이며, 운전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는 긴장을 타게 만든다. 낮은 곳에 있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한 그간의 뉴스들.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자동차며, 약해진 지반 탓에 산사태가 나서 도로로 흘러내린 흙 때문에 도로가 막힌다거나, 천둥과 번개는 그야말로 무서움 중에 최고다.


나도 예전에 푹 꺼진 도로에 폭우로 고인 물에 차가 빠져서 시동이 꺼진 후 걸리지 않아서 30분 넘게 그곳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 정말 무섭다. 고립이라는 게 산속에서 고립된 것도 무섭지만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의 고립이 진정 무섭다.


공포는 영화보다는 현실의 인간이다. 사람 없이는 살지 못하지만 그 사람들 속에 악마의 얼굴을 하고 지내는 인간이 있다. 내가 단지 지금까지 그런 인간에게 걸리지 않았다 뿐이지 걸리게 되면 나는 큰일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사기를 당하는 것도 생판 모르는 이에게 당하는 경우보다 자기 주위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귀신이 제일 무서웠던 어릴 때는 어른만 되면 무서운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온동 두렵고 무서운 것들 투성이다. 폭우가 온다고 하니 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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